
6월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행사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눈치 보기 행정’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전국 자치구 등에 따르면 각종 지역 행사는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오는 23일 예정된 제37회 고양행주문화제를 대선 이후인 6월14일로 연기했다. 경기 평택시는 이달 개최하려던 평택군·평택시·송탄시 통합 30주년 기념 시민대화합축제를 하반기로 미뤘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진행 중인 ‘생생시정바로알기 시정설명회’ 일정을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이달 말 강원도 삼척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60회 강원도민체전도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지방정부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는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해당 법은 대통령 선거일 전 60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소속 공무원이 주최·후원하는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정 후보나 정당에게 유불리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직선거법 제86조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주관하거나 관여하는 행사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일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일선 공무원 입장에선 무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매년 봄철 열리던 지역 축제와 박람회는 관광 수요를 견인하고, 소상공인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올해는 “선거 때문에 못 한다”는 이유로 취소되면서,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행사가 열리면 확실히 사람들이 늘고 매출도 오른다. 올해는 행사가 미뤄지거나 규모가 줄다 보니 타격이 적잖은 게 사실”이라며 “선거법 때문에 조심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생계가 달린 문제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행정 공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행정 전문가는 “선거법은 사실상 걸리면 다 걸리는 구조라 단체장 입장에서는 어떤 행사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면서 “사소한 발언 하나, 축제 일정 하나가 자칫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로선 선거법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행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이번에는 선거 기간이 짧아서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예외 조항도 있다. ‘매년 같은 시기 반복적으로 열려온 행사’에 대해서는 선관위 협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개최를 허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단체장의 축사나 과도한 홍보는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행사의 규모와 형식을 축소해 명맥만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 중립과 지역 활력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선거철마다 꾸준히 이어지는 행정 공백은 지자체가 ‘지나치게 위축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