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촉박한 시간…다시 흔들리는 원전산업 [산업공약 키워드②]

‘사용후핵연료’ 촉박한 시간…다시 흔들리는 원전산업 [산업공약 키워드②]

- 고준위특별법 통과, 임시저장시설은 2030년대부터 포화
- 이재명 ‘에너지 믹스’ 주장…민주당 기조는 ‘감원전’ 전망
- 김문수 ‘원전 비중 확대’ 강조…업계 “정권 관계없이 일관성 必”

기사승인 2025-05-20 06:00:08

편집자주
급하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탓에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 속에도 빈틈이 보입니다. 큰 전환점을 맞고 있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자율 혁신으로 기약할 수 있습니다. 전 정부가 놓치고 있던,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 정책 방향들을 짚어봤습니다.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소(수조). 국내 임시저장시설들은 오는 2030년 이후부터 포화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에너지 대전환 및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해결이 시급한 주요 현안들이 차기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원전업계에선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포화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차기 정권에 따라 원전산업의 방향 및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고준위특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연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오는 2029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운반·저장, 부지 확보, 처분 등 전 분야에서 한국형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지하 500m 이상 깊은 땅속에 건식저장방식으로 처분될 필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용후핵연료 대부분을 습식저장방식으로 원전 내 임시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임시저장시설을 늘리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경수로형 원전 기준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2031년, 한울원전은 2032년, 신월성원전은 2044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지 못하면 원전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연내 설치될 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장을 짓기로 규정하고, 그 사이 추가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구축·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고준위특별법은 원전에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야당의 동의가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저장시설 용량 자체는 야당안이 관철됨에 따라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이 아닌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을 기준으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탈원전’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의 균형을 이루는 ‘에너지믹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소속 정당 기조, 과거 발언 등을 감안했을 때 궁극적으로는 사실상 ‘감원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후보의 이번 대선 공약에서 원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많은 전력이 필요해지면서 원전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계획 등 확대 기조까진 갖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내용의 에너지 공약을 밝혔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공약에서 원전 비중 확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 차질 없이 추진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추진 및 원전 비중 확대로 안정적 전력원 확보·AI시대 에너지 공급능력 확충 △원전 비중 확대에 따른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권의 원전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에너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정교하게 연결해 활용도를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대선 예비후보 신분이었던 지난달 29일 공약 발표에서도 ‘원전 비중 확대를 통한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국가는 경제 활성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저렴한 전기를 공급할 책무가 있다”며 “우리나라 에너지 상황을 고려해 원전 발전 비중을 확대해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10개 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현재 해체 중인 2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한 뒤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교체하겠다고 부연했다.

원전업계에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 선정에만 최소 1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어떤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일관성 있는 사업 속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 국내 전력생산의 30%를 담당하고 있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문제는 단순히 이념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원전산업이 주민수용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차기 정권에서 원전 관련 장기 계획들이 지연 없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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