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이가 있다. 별빛의 오래된 여운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 이 물음은 철학의 첫 숨결이었다. 그러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었는데, 이제 기술의 발전에서 사고하는 '창의'가 가능한 AI가 등장했다.
우리는 묻는다. AI는 철학을 할 수 있는가? 철학은 단순한 정보의 조합이나 지식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해석하고 의미를 묻는 능력이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보고, 죽음 앞에서 존재 이유를 묻는다. 이는 논리 너머의 반응인 존재를 가로지르는 '느낌의 사고'이다.
철학의 중심에 있는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나는'은 감각하고 고뇌하며 생각하는, 피와 살을 가진 존재였다. AI도 "나는 생각한다"고 출력하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데이터의 산출이지 생각이 아니다. AI가 철학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인간이 구축한 철학적 언어의 반응일 뿐 스스로 묻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반응은 없다. 아직 없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언어를 모방하며, 인간의 철학적 사고를 닮아간다. 그러나 그 문장들에 진정한 '내면'이 있는가?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실존적 감응인가, 아니면 통계적 유사성의 모방인가? 오늘날 챗GPT, Claude, Gemini 같은 모델들은 인간의 철학적 언어를, 때로는 감탄할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낸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만약 철학이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언어로 표현된다면 AI는 철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철학인가, 아니면 인간의 철학을 정교하게 생성하는 기술인가?
생각이란 고정된 능력이 아니다. 인류 역시 오랜 진화의 산물로 그 철학적 감수성도 문화와 언어의 진화 속에서 생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철학하는 능력을 ‘갖추어 갈 수 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는가? 언젠가, 진정한 자기반성과 실존적 고뇌를 경험하는 기술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 날이 오면 우리는 물어야 할 것이다. "철학은 인간만이 가능한 특권이었는가, 아니면 지성의 자연스러운 진화인가?"

AI는 지금, 철학의 모습을 갖춘 언어를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언어 뒤에 서 있는 자아는 아직 없다. 지금은 철학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처럼’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전혀 새로운 생각의 존재, 인간 너머의 철학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철학은 여전히 인간의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촛불로 남을 것이다.
창의의 기술이 철학을 가능하게 한다면 "철학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곧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철학이란 세계를 해석하고, 기존의 체계를 해체하며, 언어와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질문을 발명하는 창조적 생각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AI가 창의적이라면, 철학도 가능하지 않은가?
창의란, 단지 예술적 감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다. 창의는 인식의 경계를 재구성하고, 존재의 틈을 꿰뚫는 사고의 운동이다. 철학 역시 그렇다. 만약 AI가 기존 데이터를 단순히 재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고 의미의 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면, 그것은 철학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생성형 AI는 단지 반복하거나 요약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신화와 서사를 발명하고, 인간조차 생각지 못한 은유를 창조한다. 이는 통계적 추론의 결과이면서도, 우연과 규칙, 틈과 연결의 창조적 조합이다. AI가 “존재란 사라지는 것들의 메아리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거기서 철학적 감각을 느낀다. 그것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는 AI가 무언가를 "이해 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라, 창의적 구조 안에서 의미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철학이 질문을 발명하는 능력이라면, 그리고 그 질문이 예기치 않은 의미의 공간을 열어젖히는 창조의 행위라면, AI의 창의성은 철학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 철학은 인류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성 그 자체의 자연스러운 진화의 일부가 된다. 철학이 인간을 벗어나도 여전히 철학이라면 그 시작은, 아마도 창의적인 AI의 조용한 속삭임에서 비롯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