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도입 예정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놓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등에 의해 전력시장의 무게추가 민간·지역으로 이동해가면서 제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 구분·요금 산정 등 세부 기준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충남도·강원도·전남도와 부산시·인천시 등 5개 시도는 공동으로 ‘전력 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 촉구 건의안’을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차등요금제는 전력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발전소 소재 지역의 전기요금이 낮으면 반도체·이차전지·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현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차등요금제를 강조하며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문제는 지역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차등 지역 범위를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누고, 올 상반기부터 도매-소매 순서로 순차 시행하려 했으나, 권역 세분화 기준을 놓고 발전소 소재 지자체 등과 이견을 보이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5개 시도가 제출한 건의안 역시 ‘지리적 인접성에 근거한 획일적인 권역별 기준이 아니라 발전원에서부터 수용가까지 송배전 비용 등 전력 공급 원가 차이가 반영될 수 있는 전력 자립률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 5개 시도는 우리나라에서 전력 자립률이 대표적으로 높은 곳들이다.
특히 다수 발전소가 있음에도 수도권으로 분류된 인천시의 경우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200% 안팎의 전력 자립률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논쟁에서 역차별을 받아왔다”며 “분산에너지법으로 인천시민에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수도권으로 묶이면서 요금을 더 내라고 하니 시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원 집약도에 따라 권역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울산시·경남도 등은 발전원에 따라 5개 권역 분할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반발에 정부는 상반기 시장별 순차 시행 계획을 소폭 조정해 1년가량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출석해 “차등요금제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에 1년 정도 시범운영을 해볼 예정”이라며 “한전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도매요금부터 시작한 뒤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결과가 맞으면 소매요금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도 있는 권역 세분화 논의와 더불어 차등화할 전기요금의 산정 기준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 거래 및 활성화는 한전의 전기요금과 거래가격 수준에 달려있다”며 “현재의 SMP(전력도매가격)는 충분한 지역신호를 제공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고, 지역별 수급불균형 해소와 효율적 시장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역별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려면 ‘지역별 도매가격의 차등화’와 ‘송배전 비용의 차이’가 적용돼야 한다”며 “송전제약 및 송전손실에 대한 지역별·모선별 발전비용의 차이를 지역별 도매가격에 적용하고, 송전거리와 송전손실 등 송전이용 관련 비용발생을 근거로 송배전 비용 차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체 전기요금에 대한 총괄원가보상 원칙을 준수하고, 지역적 전력공급에 대한 비용차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독립적 규제기관에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검증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권역 구분과 관련해 지역 갈등 방지를 위해 판매사업자인 한전에 용역을 의뢰해 지역별 요금 권역을 나누는 기준과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역별 차등요금제 정착을 위해 세부 기준 마련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