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사료작물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풀사료 산업의 자립과 안정적인 공급 기반이 마련됐다.
농촌진흥청은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품종 개발부터 종자 생산, 건초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주기 국산화 기술 체계’를 구축, 국산 풀사료 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했다고 28일 밝혔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겨울철 사료작물이다. 전체 풀사료 재배면적의 약 66%, 생산량 기준으로는 동계 사료작물의 약 86%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종자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농촌진흥청이 농업 연구개발(R&D) 혁신 과제로 추진한 ‘융복합 협업 프로젝트(축산농가 생산비 절감)’ 결과다. 국산 풀사료 생산 전 과정을 국산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사례다. 이를 통해 국내 풀사료 산업의 품질 불균일, 수입 의존, 가격 변동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농진청은 지난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신품종 ‘스파이더’를 개발해, 올해 처음 공개했다. 스파이더는 건물수량이 헥타르당 10.1톤으로, 수입 품종 ‘플로리다 80’ 대비 약 14% 생산성이 높다. 또 벼 수확 후 재배가 가능한 답리작 체계에도 적합하다. 현재 전국 5개 지역(전남 영암, 경남 진주, 경남 고성, 전북 남원, 충남 논산) 총 42헥타르 면적에서 실증 재배 중이다.
이번에 개발한 ‘종자 건조기’는 드럼 회전과 열풍을 이용해 국내에서도 1기당 하루 2톤 이상의 종자를 균일하게 건조할 수 있다. ‘알팔파’, ‘톨 페스큐’, ‘사료피’ 등 다양한 사료작물의 종자도 건조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2021년 개발된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이번에 처음 전주기 기술 체계에 통합해 생산, 유통과의 연계를 갖췄다. 열풍건초 생산기술을 통해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수분 15% 내외로 빠르게 건조시켜 품질이 균일하고 저장성 높은 건초를 생산할 수 있다. 수입 건초 대비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약 36% 저렴하다.
현재는 한국마사회와 협업, 공공 승마장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열풍건초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정책사업과 연계해 대규모 열풍건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농축협과 협력해 축산농가 전반으로 확대, 유통할 계획이다.
임기순 국립축산과학원장은 “국산 풀사료 품종 ‘스파이더’를 중심으로 국내 종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수입 건초를 대체할 국산 열풍건초 생산 기반을 함께 강화하면 안정적인 풀사료 자급 기반을 앞당겨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품종 개발부터 유통까지 연결된 기술 체계가 완성되면서 수입 의존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됐다.”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