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정책을 비롯한 글로벌 대(對)중국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중국 내수도 부진을 겪으면서 중국의 철강 수출이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 유입에 큰 영향을 받았던 국내 철강업계에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철강 생산량을 통제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면서 약 5000만톤의 감산을 예고했다. 5000만톤은 지난해 한국 조강(쇳물) 생산량의 약 80%이자 중국 연간 수출량의 절반 규모다. 이후 4월 조강 생산량은 8602만톤으로 전월 대비 7.3%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의 글로벌 수출은 9년 만에 최고치인 1억1100만톤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주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877만톤으로 2017년(1153만톤)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역대 최대 수출 규모를 기록해온 중국이 감산에 돌입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제재와 더불어 글로벌 주요국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반덤핑 관세 카드를 꺼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철강·알루미늄·자동차 품목별 관세 25%, 상호관세 10% 등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으로의 수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이 관세는 90일 유예된 상태다.
이와 별개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익성 및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에 대해 27.91∼38.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달에는 중국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을 생산하는 현지 업체들로부터 수출 가격 인상에 대한 제의를 약속받고 덤핑방지관세 면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의 반덤핑 관세율은 최대 25.82%다.
이러한 조치에 중국 내 철강기업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자국 내 공급과잉 문제도 확산하면서 결국 국가 차원에서 감산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3일 투자자 메모에서 중국의 철강 수출이 올해 3% 감소하고 내년에는 감소 폭이 3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내 철강 생산 역시 올해와 내년 각각 2%,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의 중국 조강 생산량은 약 9억4600만톤으로, 중국 정부가 강제 감산을 시작했던 지난 2020년보다 10% 이상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저가 중국산 철강재 유입으로 공장 가동 중단 및 감산이 불가피했던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가장 걱정거리가 점차 해소되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청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불황은 여러 가지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대거 유입이 주 원인 중 하나였던 것은 맞다”면서 “2분기 이후부터 중국 감산 효과가 조금씩 체감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부터 중국의 감산과 철강 수출 감소 여부가 (반사이익을 유추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상대로 중국이 올해 철강 생산량을 줄인다면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가격 인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