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저가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장기간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 체제에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방안이 힘을 얻지 못했던 만큼 차기 정권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대선 여야 유력 후보들은 석유화학 산업단지 및 석유화학 공장 소재 지역 등을 찾아 위기에 놓인 석화산업을 살릴 공약들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정부 주도로 개편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 R&D(연구개발)를 지원하는 ‘석유화학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수산단을 포함해 전남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역시 여수를 찾아 석화산업의 이익률 급감을 언급하며 산업 전반의 리쇼어링 및 산단 재도약 방안을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울산광역시를 찾아 석화산업의 구조조정과 탄소중립 전환을 포함한 ‘대전환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동시에 제2국가석유화학산단 지정을 약속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석화업계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국발 공급과잉 및 글로벌 석화제품 수요 감소 등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불황을 지속하고 있어 정부의 손길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업계 ‘맏형’인 LG화학은 자구 노력 등을 통해 1분기 영업이익 4470억원을 달성했지만 석유화학부문에선 56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한화솔루션 역시 1분기 영업이익 303억원을 달성했음에도 케미칼 부문에서 영업손실 91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손실 1266억원을 기록하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자구안 실행 및 체질개선 등에 따라 전 분기(2024년 4분기) 대비로는 적자폭을 1075억원 줄였다.
국가기간산업인 석화업계가 범용(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생산 설비를 매각하고 스페셜티 생산 설비로 전환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가 수반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올 상반기 내 후속 대책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사실상 대선 이후로 밀렸다.
특히 앞서 발표된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에 정부 주도 사업재편 방안 또는 기업결합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부족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면서, 차기 정권이 자리 잡은 이후 이 같은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국가 원수가 부재했기 때문에 정부기관 입장에서도 지원책을 대폭 넓힌다거나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 후보들이 석화산업에 대한 관심 및 공약을 나타낸 만큼, 빠른 시일 내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