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졌지만 잘 싸웠다.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고 ‘플랜B’ 전술을 가동한 신상우호는 전반 실점을 내줬지만 후반전을 지배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신상우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후 7시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콜롬비아와 ‘쿠팡플레이 초청 여자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 1차전에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면서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한국은 ‘백 스리(back three)’ 포메이션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신상우 감독이 “선이 굵은 콜롬비아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플랜B’가 있다”는 말대로였다. 하지만 전반 실점을 허용하면서 선수들에게 아직 어색함도 있다는 점이 보였다.
후반 즐겨 사용하는 4-3-3 카드를 꺼내든 신상우호는 전반보다 후반에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백포(back four)’로 다시 돌아온 한국은 후반전을 지배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주도권을 틀어쥔 한국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으면서 동점골을 노렸다.
하지만 최근 좋은 경기력을 자랑하는 콜롬비아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마치 월드컵 녹아웃 스테이지처럼 플레이한 콜롬비아는 끝까지 1-0 리드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한국은 1차전을 아쉽게 내줬지만 후반 보여준 공격력은 2차전을 향한 기대를 남겼다.

이날 공개된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신상우 감독이 하루 전 예고했던대로 ‘포백’이 아닌 ‘백 스리(back three)’ 카드가 눈에 띈다. 신 감독은 GK 김민정을 시작으로 신나영, 고유진, 임선주, 김신지, 문은주, 지소연, 장슬기, 이영주, 김혜리, 박수정 등으로 진용을 갖췄다. 새 얼굴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신 감독 포부대로, 2004년생 박수정은 A대표팀에 처음 합류한 이날 선발 데뷔전을 치르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신 감독 구상대로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시종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면서 활발하게 플레이를 전개했다. 하지만 위험한 위치에서 콜롬비아 캡틴 카탈리나 우스메에게 프리킥을 내주면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우스메의 프리킥은 지소연 선수의 어깨를 살짝 스치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실점 이후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맞선 한국은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콜롬비아 문전을 공략했다. 하지만 한국 진영에서 문전 경합 과정에서 패널티킥을 내주면서 다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선제골을 넣은 우스메가 패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우스메는 2년 전 한국과 월드컵에서도 패널티킥을 성공한 바 있다.
골문을 지킨 한국 GK 김민정은 우스메의 왼발 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멋진 선방을 해냈다. 김민정은 끝까지 방향을 읽고 침착하게 패널티킥을 막아냈고, 이후 문은주의 속공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잡기도 했다.

한편 신 감독은 29일 기자회견에서 “GK부터 공격 빌드업 시점으로 생각한다”면서 “반대로 수비 시점은 상대 최전방에서부터라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이런 시점 전환이 여자 축구에 그동안 많이 있지 않았다”고 짚은 신 감독은 “강팀과는 내려서고 약팀과는 올라서는 게 보통이었는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선수들이 시점 전환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 지시대로,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공격적이고 활발한 축구를 펼치고 있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한국 축구에 대해 상대인 안헬로 마르실리아(Angelo MARSIGLIA) 콜롬비아 감독도 칭찬한 바 있다. 29일 인터뷰에서 마르실리아 감독은 “한국이 강팀이며 저돌적인 공격 축구를 구사한다”고 경계했다.
이에 대해 신 감독 역시 “콜롬비아는 세밀하기보다는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면서 “그에 맞춰 늘 해왔던 ‘포백’과는 다른 ‘플랜B’로 훈련했다”고 응수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콜롬비아는 세밀하기보다는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면서 “그에 맞춰 전략을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신 감독의 하루 전 인터뷰대로 ‘백 스리’를 들고 나온 한국 여자 축구팀은 후반 다시 ‘백 포’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오는 6월2일 용인에서 펼치는 2차전에서 신 감독이 어떤 전략으로 팀을 이끌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천=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