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기 사망률 15% ‘드라벳 증후군’…“치료 선택지 넓혀야”

소아기 사망률 15% ‘드라벳 증후군’…“치료 선택지 넓혀야”

기사승인 2025-06-05 11:09:17
앙헬 알레도 세라노(Ángel Aledo-Serrano) 스페인 마드리드비트하스대학병원 교수는 지난달 23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소아신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드라벳 증후군의 복합적 특성과 치료 접근법에 대해 발표했다. 박선혜 기자

소아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뇌전증 질환인 ‘드라벳 증후군’은 조기에 강력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위한 적절한 약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발작 억제에 그치지 않고 환아와 가족의 삶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 전략과 약물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소아신경학회는 지난 5월22~23일 경주에서 제58차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소아 희귀 뇌질환에 대한 최신 치료 전략과 국제 협력 사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연자로 나선 앙헬 알레도 세라노(Ángel Aledo-Serrano) 스페인 마드리드비트하스대학병원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의 복합적 특성과 치료 접근법에 대해 발표했다.

드라벳 증후군은 생후 1년 이내에 발작(경련)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 지연, 운동 및 언어 능력 저하, 자폐,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대표적 극희귀 뇌전증으로 약 15%의 환아가 유아기 또는 청소년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세에서 7세 사이에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 질환의 위험성은 단순한 발작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복적이고 장시간 지속되는 발작은 뇌 손상 위험을 높이고, 심한 경우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환아 본인은 물론 보호자와 형제·자매에게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안긴다.

앙헬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은 단순한 신경계 질환이 아니라 장기적 인지 발달 저하와 정신·행동 장애,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부담까지 수반되는 복합적 질환”이라며 “발작을 줄이는 것을 넘어 환아의 전반적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조기 치료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최근 임상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료제인 ‘펜플루라민’의 효과에 주목했다. 다양한 임상시험과 사용 경험(RWE)에 따르면, 이 약물은 발작 빈도를 유의미하게 줄이고 돌연사 위험을 낮췄으며, 문장 구사력과 집중력, 수면 장애 등 인지 및 행동 증상에 긍정적 영향을 보였다.

이러한 효과는 기존 항발작제와 차별화된 작용 기전에서 비롯된다. 펜플루라민은 뇌 속 세로토닌(5-HT) 시스템과 시그마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신경 전달을 조절하고 발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앙헬 교수는 “펜플루라민은 증상을 줄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지 기능과 장기 예후 개선 측면에서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이 약물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로 승인돼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효과적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기존 항발작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며 일부 약물은 오히려 발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주로 사용되는 의료용 대마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제한적 수급과 복잡한 복용법 등으로 인해 접근성과 순응도가 낮은 편이다.

앙헬 교수는 “드라벳 증후군은 반복적 발작이 뇌 발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한 한 빠르게 유용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약물 사용을 통한 조기 치료는 환자의 전반적 기능 보존과 삶의 질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펜플루라민은 최근 ‘허가·평가·협상 병행 2차 시범사업’의 치료제로 선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제도는 허가, 약가평가, 약가협상, 복지부 고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병행해 신속한 보험 등재를 지원한다. 통상 약 300일 이상 소요되던 신약 등재 기간을 150일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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