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소유 주택 ‘10만’ 돌파…내국인과 역차별 논란까지

외국인 소유 주택 ‘10만’ 돌파…내국인과 역차별 논란까지

기사승인 2025-06-12 06:00:07 업데이트 2025-06-12 17:02:05

서울 구로구 일대로 곳곳에 중국어로 적힌 간판이 보인다. 이유림 기자

“이 동네는 거의 중국인이 살아요. 한국 사람 찾기가 힘들죠. 초등학교에 반이 3개인데, 그 중 2개 반은 중국인 자녀들이라고 해요” 서울 구로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규제가 ‘역차별’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이 신청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상가) 소유권 이전(매매) 등기 신청 건수는 5153건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3449명으로 전체 66.9%를 차지했다. 뒤이어 미국인(633명), 베트남인(173명), 캐나다인(142명), 러시아인(127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1754건‧50.9%)가 가장 많았고, 인천(591건), 서울(309건)이 뒤를 이었다. 서울 내에선 구로구가 59건으로 가장 많고, 금천구(52건), 영등포구(27건) 등 서남권 지역에 매입이 집중됐다.

외국인이 이렇게 매입한 주택은 10만 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은 10만216가구다. 전체 주택의 0.52%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지만, 자국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사실상 국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다주택 여부 확인이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등에서도 내국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 중국의 정책도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1년 이상 합법 체류해야 하며, 그마저도 실질적인 소유가 아닌 장기 임차 형태가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 내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은 법적 제한이 거의 없다.

예컨대 2021년 중국인(1988년생)이 89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매입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중국인은 주택 매입 자금을 외국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의 경제 정책은 국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 구로구 가로등에 붙어 있는 ‘빌라 급매’ 전단지에 ‘외국인 대출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이유림 기자

다만, 일선 중개업소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구로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구로구 일대 중국인 중에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는 사람은 1%도 안 된다. 일자리가 구로구에 있어서 편히 출퇴근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거주 목적인 사람까지 규제하는게 맞느냐”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지역 분포를 보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일하러 온 외국인이 집을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로 따져봤을 때 0.52%를 차지하고 있어 문제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세금도 내고 유동성도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택이 1%도 안 된다. 외국인 보유 주택이 시장을 흔드는 주체는 아니다”라며 “아직 규제를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중국과의 형평성 문제는 남는다. 김 소장은 “중국인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투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도 중국에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