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이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해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가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강남구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40.39%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전월 대비 0.3%p 하락한 수준이다. 서초구는 44.84%, 송파구는 42.79%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용산구의 전세가율도 42.97%로 전체 25개구 중에서 3번째로 낮았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집값이 전세금에 비해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3구 전세가율이 하락한 것은 서울시가 올해 2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청·청담동) 일대를 토허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아파트값이 뛴 영향이 크다. 지난 2월 서울시가 토허구역을 해제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4.28% 상승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인 1.06%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3.52% 상승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에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한양4단지 102㎡는 지난 5일 6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2020년 22억2500만원보다 37억7500만원이 올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는 지난달 27일 43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 대비 2억7500만원 오른 상황이다. 대치동 개포우성 1단지 158㎡는 지난달 54억7000만원에 거래돼 3억7000만원 올랐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아파트 매매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 전체 거래의 59%가 종전 최고가와 동일하거나 이를 초과하는 신고가로 거래됐다. 신고가 거래 비율은 지난 2022년 4월(53.7%)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되기 전 집을 매수하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도 크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000~3000만원 정도 줄어들 예정이다. 실제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109건에서 5월 209건, 같은 기간 송파구가 130건에서 231건으로 증가했다. 서초구는 52건에서 11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세가율 하락은 결국 매매가의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다. 서진형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 갱신 때 전세가도 상승한다”며 “상승한 전세가는 매매가의 상승을 부추겨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당분간 전세가율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전세는 계약 갱신 시 인상률이 최대 5%로 제한돼 있어 매매가를 따라잡기 힘들다. 또 강남3구 매매가가 치솟고 있어 전세가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강남3구 매매 수요가 늘고 있어 당분간은 전세가율이 낮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오르는 만큼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내려가고 있다”며 “절대가격으로 봤을 땐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지는 않다.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가가 올라가서 전세가율이 좁혀질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