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에이블리’는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다. 2018년 늦깎이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불과 6년 만에 거래액 2조원,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00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가파른 성장세는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침체 흐름과 대조되며 더욱 눈길을 끈다. 하지만 눈앞의 수치가 에이블리의 전부일까. 플랫폼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에이블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가.
빠른 성장, 구조는 아직 불안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대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처음이자 유일한 등극이다. 에이블리는 이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와 남성 패션 전문몰 4910(사구일공), 일본 패션몰 아무드 등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에이블리 실적은 매출 기준으로 보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2020년 8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 380억원 △2022년 1787억원 △2023년 2595억원 △3343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4년만에 약 40배 가까운 외형 성장을 이룬 셈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대표 서비스인 에이블리의 지난달 사용자 수(MAU)는 1005만명으로, 2021년부터 5년 연속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전문몰 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약 45% 늘어난 동시에 광고선전비를 50% 가까이 대폭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 전략이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2024년 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흑자 기조는 1년 만에 흔들렸다. 2024년 기준 자본총계는 –52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누적 결손금은 2222억원에 이르며, 부채가 자본금보다 522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적자 전환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가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과 핀테크 등 신사업 확장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에이블리코퍼레이션 1분기 영업이익은 흑자를 달성했으며 거래액과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가량 증가했다.

플랫폼 중심으로 매출 구조 전환
매출 구조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오픈마켓 에이블리 셀러스 등을 포함한 ‘서비스 매출’은 1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풀필먼트 솔루션 에이블리 파트너스을 포함한 ‘상품 매출’은 1451억원으로 같은 기간 15% 성장했다. 이는 재고 부담이 적은 플랫폼 중심의 수익 구조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모델은 마케팅 비용과 트래픽 유지 비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익성 안정화를 위한 자체 기술력 확보와 고객 충성도 제고가 수익성 안정화의 핵심 과제로 남는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3월 론칭한 남성 패션 플랫폼 ‘4910’, 일본 시장에서 운영 중인 여성 쇼핑 앱 ‘아무드’, 그리고 푸드·뷰티·핀테크 등 카테고리 확장은 모두 에이블리가 단일 플랫폼을 넘어 ‘스타일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뷰티 카테고리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신설 6개월 만에 거래액이 30배, 1년 만에 66배 가까이 급증했다. 론칭 4년이 넘은 지금도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뷰티 그랜드 세일’ 기간에는 거래액이 전월 동기 대비 185% 증가하며 뷰티 영역에서의 소비자 반응을 입증했다. 푸드 카테고리 역시 올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95% 성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 타깃 쇼핑 앱인 4910도 빠르게 자리를 잡는 중이다. 론칭 7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 100만 명, 약 1년 만에 17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거래액은 6배 증가하며 조기 안착에 성공한 모습이다.
해외 시장의 핵심 축인 ‘아무드’는 일본 진출 1년 만에 거래액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 거래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90% 가까이 성장하며 현지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패션, 뷰티, 푸드, 해외 시장 등으로의 빠른 확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기술적 기반도 있다. 에이블리는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2019년부터 적용했다. 아마존 ‘AWS’ 추천 시스템을 활용하는 일반 플랫폼들과 달리, 개성과 감각이 중요한 스타일 상품에 맞춤화된 추천 기술을 독자적으로 고도화해왔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