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력은 韓관객”…‘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토니상 6관왕’ 비하인드 [들어봤더니]

“원동력은 韓관객”…‘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토니상 6관왕’ 비하인드 [들어봤더니]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78회 토니상 6관왕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기사승인 2025-06-24 17:24:34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NHN링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가 토니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금의환향했다. 박 작가는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벅찼던 시상식 당일까지 긴 시간을 회고하며, 그간 작품을 아껴준 한국 관객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4일 오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78회 토니상 6관왕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박천휴 작가와 프로듀서 한경숙이 참석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최근 미국 연극·뮤지컬계에서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등 주요 부문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 창작 뮤지컬의 최초 토니상 수상작이자 올해 토니상 최대 수상작이 됐다.

이날 박천휴 작가는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왔는데,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신기하더라. 그렇게 상징적인 트로피가 제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무게만큼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한다. 여기에 작품이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기대가 상당했을 법하다. 박 작가는 “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성격이다. 기대했다가 안 됐을 때 실망감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사랑의 아픔이 두려워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한 클레어 같은 성격들이다. 후보 발표가 났을 때도 기뻤지만 ‘설마 우리가 되겠어? 기대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수상의 기쁨은 더욱 컸다. 박 작가는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며 “너무 기쁘고, 어떤 면으로는 당황스럽고, 내가 이렇게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집에서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복잡미묘했다”고 시상식 당시 심정을 회상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박천휴 작가. NHN링크


박 작가는 영어 버전과 한국어 버전을 동시에 개발하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을 돌아보며, “많은 우연과 노력과 행운이 합쳐져야 하는 기회들이다. 그 순간마다 자잘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한국에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선 아무래도 제가 이민자고, 나이가 들어서 유학을 갔다. 어쨌든 그들의 문화고 언어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의 일부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작가로서 예민하게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과를 ‘K뮤지컬의 쾌거’라고 평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관객분들이 한국에서 온 뮤지컬이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때 되게 뿌듯하다”며 “사실 배우들이 어느 순간부터 대기실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자체가 이민자로서는 나의 문화가 이들이 공부하는 문화가 됐고,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특별히 한국 관객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박 작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 팬들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렇게까지 자신감이 넘치는 경력의 작가는 아니다. 만약 한국에서 관객분들이 충분히 공감해 주시지 않았다면 미국에서도 매 순간 대사도, 설정도 바꾸자고 하면 바꿨을 것이다. 한국에서 너무나 공감이 간다는 경험이 쌓여 있다 보니까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 이 원동력이 제게는 한국 관객들”이라고 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30일부터 기념 공연을 가진다. 제작을 맡은 한경숙 프로듀서는 “박천휴 작가와의 만남은 하늘이 계획한 인연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10년 동안 끈끈하게 잘 이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시 올라가는 공연을 통해서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에 뜻깊고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10주년 공연만의 특징을 묻는 말에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아쉬운 부분을 새로운 극장에 맞춰서 보완해 나가려고 계획 중”이라며 “오랫동안 사랑해 주시는 관객분들에게 한국 정서와 감성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드리려고 애쓰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은 10월30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된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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