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첫날부터 여야의 신경전으로 비화했다. 여야는 청문회 초반부터 증인·참고인 채택 무산, 자료 제출 여부 등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재산 증식 논란과 자녀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흠집내기’라고 비판하며 김 후보를 엄호했다.
김 후보자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하는 총리, 의전에 갇히지 않는 실용적 총리, 책상에서만 일하지 않는 현장형 총리, 일방적 지시가 아닌 경청하는 소통형 총리가 되고자 힘쓰겠다”며 “향후 100일 동안 실행 가능한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지난 정부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깜깜이 청문회 vs 범죄자 취급 말라” 공방…고성 오가기도
여야는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부딪혔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되는 이날 청문회를 비판하면서다.
배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족과 전처를 빼고 수상한 금전관계가 있는 5명만 증인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응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로 증인 없이 청문회를 치르게 됐다”며 “청문회는 묻고 듣는 회의인데 ‘묻지마 청문회’ ‘깜깜이 청문회’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와 관련해서도 “후보자가 본인을 포함한 개인정보동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제출 자료 중에도) 알맹이 있는 자료는 전무하다”며 후보자와 그의 가족 등 관련자들의 개인정보동의서를 받을 수 있도록 후보자의 다짐을 받아달라고 청문위원장에 요청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이 “협상이 결렬되어 청문위원장이 최종적으로 증인, 참고인 없이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증인·참고인은 이 청문회를 원만히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후보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자료 중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요구가 허다하다”며 “(그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몰아세우고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게 정상적인 청문회인가. 망신 주기, 흠집 내기다”라고 꼬집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이 자리가 검사 취조실도 아니고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야당이 계속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여당은 이에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반말로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고, 곽 의원은 “미친 것 아니야”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자 곽 의원은 “혼잣말로 얘기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野, 재산 형성·자녀 특혜 의혹 집중 추궁
이날 청문회에서는 야당이 제기한 재산 형성 논란, 아들 특혜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앞서 김 후보자가 지난 5년간 벌어들인 국회의원 세비(5억원)보다 지출(13억)이 더 많은데 재산이 증가했다며 이 자금(8억)에 대한 출처가 소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8억원가량의 지출 중 아들 유학비 명목인 2억원은 전처가 부담했고, 나머지 6억은 세비 외 수입으로 충당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지난 2019년 12월 현 배우자와 결혼식에서 1억원의 축의금을, 2020년 11월에 장인상에서 1억6000만원의 조의금을 받았다. 또 2022년 4월과 2023년 11월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열어 총 2억5000만원 후원을 받았다.
이에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의 해명이) 바뀌고 있다”며 “처음에는 분명히 기타소득이 있다고 말했고, 출판기념회 얘기를 했고, 이제는 또 다른 자금원인 처갓집으로부터 다시 2억 원을 받은 게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미국 유학비 논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김 후보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강모씨를 언급하며 “이분과 관련된 자료 제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미국 유학 당시 후원자인 강모씨에게 한 달에 450만원씩 지원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강모씨가 배추 관련 농사에 투자하면 거기서 수익이 생겨 미국 학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저희가 전세금을 드린 바가 있다”며 “그렇게 매달 송금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김 의원은 “후보자가 강모씨의 오피스텔에 2년간 주소지를 옮겼는데 사용료를 어떻게 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해외에 있을 때 우편물 수령을 위한 주소”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자녀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 국회의원 입법권을 동원하는 등 ‘아빠 찬스’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와 관련된 입법 청원이 (자녀의 대학 진학) 원서에 명확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당시에) 혹여라도 원서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고 아이가 그렇게 했다”고 했다. 자녀 인턴 특혜 제공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아빠 찬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나중에 들어보니 저도, 아이 엄마도 다 몰랐는데 본인이 그것을 뚫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