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급증에 금융위원회가 긴급 대책을 발표한 당일, 카카오페이가 “규제 강화 전 대출 막차에 탑승하라”는 내용의 대출 광고를 게시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이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당일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형태의 대출 광고를 배포했다. 해당 광고에는 “규제 강화 전 대출 막차에 탑승하라”, “이번 열차 대출 막차”, “대출 막차 탑승할 마지막 기회” 등 대출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3월 7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가계대출은 4월 5조3000억원, 5월 6조원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6월에도 계속됐다. 이는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에 따른 주택거래량 증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을 앞두고 몰린 막차 수요도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겼다.
금융당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과열 조짐과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에 결국 초강력 대출 규제를 내놓았다. 당국은 지난달 27일 수도권 및 규제 지역 주담대에 6억원 최대한도를 설정하고,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해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는 디딤돌(매매)·버팀목(전세) 대출 등 정책대출의 대출 한도까지 축소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당시 “지금은 금융당국과 관계기관, 금융권이 비상한 각오로 가계부채를 선제 관리해야 할 시기”라며 “全 금융권이 총량목표 감축, 자율관리 조치 확대 시행, 주담대 여신한도 제한 등 가계부채 관리 조치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의 ‘규제 전 대출 막차’ 광고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발표 직후 나왔다. 해당 광고의 핵심은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에 앞서 막판 대출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이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엄중히 보고 제한하려는 시점에 ‘규제’를 명분으로 대출을 권유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전월세대출을 중개하는 화면으로 연결된다.
당국은 이같이 ‘대출 막차’에 타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가계부채 증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7월1일부터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시행할 때도 6월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이번 주담대 6억원 제한 등 규제 발표 당시 수요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의 광고 행태가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지나치게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밝혔는데, 그럼에도 빨리 대출받아야 유리하다는 식의 광고는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막차’ 등 감정적 표현이 비대면 환경에서 나타나면 소비자가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걸 놓치면 추후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유인한 공격적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와 달리 토스 등 타 핀테크사의 광고는 정부의 대출 규제를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대비하라”는 내용을 보였다. 네이버페이도 “문제가 없을지 점검해 보라”고 권했으나 직접적으로 대출을 권하는 문구는 쓰지 않았다. 규제 영향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심사 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고만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광고 문구에 대해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에 대비해 대출 수요자에게 안내한 메시지였으며, 메시지 전면에 이를 표기했다”며 “대출비교는 대출 수요자가 적기에 가장 합리적으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해명했다.
이어 “광고 문안은 유관 규정 및 심의를 거쳐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나, 오인지 예방 및 시의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