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 대응, 해외는 제도화 속도…우리는 어디쯤 왔나

고령운전 대응, 해외는 제도화 속도…우리는 어디쯤 왔나

기사승인 2025-07-02 11:00:03
쿠키뉴스 자료사진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68세 운전자가 차량을 급발진해 시민 9명이 다친 사고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국내에서는 면허 반납과 소규모 시범사업에 그치는 대응만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며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0만9654건에서 19만6349건으로 줄어든 반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은 14.8%에서 21.6%로 높아졌다. 사고 건수와 비율 모두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고령층이 운전대를 내려놓도록 유도하는 제도는 여전히 자율 반납에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면허 반납자에게 지급하는 충전 교통카드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고, 정부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 설치 차량은 전국 1100대 수준에 불과하고, 면허 자진 반납률 역시 지난해 기준 2.2%에 그치는 등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술적 대응은 상용화돼 있으나 설치 의무화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해외는 보다 명확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21년부터 신차에 긴급제동장치(AEB) 설치를 의무화했다. 오는 2028년부터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도 모든 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2019년 도쿄 이케부쿠로구에서 87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건널목으로 돌진해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일본은 면허 갱신 과정에서도 고령 운전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시 인지 기능 검사와 실기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최근 3년간 도로교통법 위반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인지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해 운전 능력 검사를 별도로 실시한다. 해당 검사를 통과해야만 면허 갱신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7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 긴급제동장치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했다. 앞서 EU는 2016년부터 고령 운전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회원국들이 자국 제도에 맞춰 적용하도록 권고해 왔다. 2050년 65세 이상 인구가 EU 전체의 2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도로 안전을 위한 규범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회원국 간 고령 운전자의 면허 제한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협정 체결이 논의 중이다. 의료진 평가, 운전 기능 검사,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이 핵심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는 고령 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제도의 실효성 확보와 맞춤형 관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고령자의 운전 능력은 개인별 건강 상태나 관리 수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인 나이 기준보다는 의료진 문진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면허 갱신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며 “현재처럼 대부분이 통과하는 형식적인 인적성 검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 운전자 문제는 법적 제도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해외처럼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고속도로나 야간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하는 등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주간 전용 차량에는 보험료 할인이나 차량 요일제 면제 같은 유인책을 적용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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