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직접 점검하고 개선 여부를 살피는 현장 조사가 본격화된다. 올해 초 쿠팡 근로조건 개선 청문회 이후에도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현장에서 수집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향후 국정감사 등 제도적 논의에 반영될 예정이다.
2일 택배노조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진보당과 함께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을 발족하고 국회 소통관에서 이행점검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행점검단은 지난해 쿠팡CLS가 약속한 과로사 방지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과로가 개선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성됐다. 택배노조와 서비스연맹 조합원, 진보당 당원이 참여하며, 이날부터 8월 말까지 전국 쿠팡 캠프와 배송지를 순회 점검할 예정이다.
점검단은 격주 주5일제 및 의무 휴무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반복되는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등 현장의 고충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다. 이들은 활동이 종료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오는 10월 국정감사에도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쿠팡 배송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택배노조, 서비스연맹과 함께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며 “쿠팡 CLS는 국회 청문회에서 장시간 노동 시스템과 속도 경쟁, 고용불안 문제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이행 점검단은 배송 현장을 방문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요인들을 직접 확인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작년 택배 현장의 과로사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논의와 여러 대책에 큰 기대를 걸었다”며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고 여전히 하루 이상의 반복배송, 배송 완료시간 엄수, 착취노동, 프래시백 회수업무, 연속된 야간근무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으며 당시 홍용준 쿠팡CLS 대표, 정종철 쿠팡CFS 대표 등 주요 경영진도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강한승 쿠팡 대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되는 결론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청문회에서는 택배 분류작업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올해 과로사대책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쿠팡의 하루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6분으로, 주 6일 근무 기준 20시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별도 보상은 없어 ‘공짜 노동’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영진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아직까지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행점검단은 현재도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프레시백 회수 문제도 개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안으로 지적됐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신선식품을 담은 프레시백을 직접 회수해 펼친 뒤 분리수거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개당 100원의 인센티브만 지급된다. 노동강도에 비해 과도한 부담이라는 비판이 계속됐으나, 쿠팡은 청문회 이후 별다른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행점검단은 프레시백 회수 업무도 실태조사의 핵심 항목으로 삼고 있다.
◇쿠팡, 주5일·의무휴무제 도입…“이행 여부 지켜볼 것”
지난해 상반기 쿠팡 배송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쿠팡CLS는 같은 해 8월 ‘격주 주5일제’와 ‘의무 휴무제’ 도입 계획을 밝히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행점검단은 실제로 해당 제도가 도입돼 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지역 쿠팡 배송지에서 실제 적용되고 있는 근무자의 비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쿠팡은 격주 주 5일제 배송 도입으로 CLS와 계약을 맺은 전문 배송업체 소속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또 쿠팡CLS는 업계 최초로 ‘백업기사’ 제도를 도입해, 택배기사가 희망할 경우 주 5일 이하로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야간작업 택배기사의 격주 주5일 배송 제도 시행으로 2주에 한 번씩은 주5일까지만 배송업무를 할 수 있다. 주간작업 기사는 반기에 최소 1회 이상, 연간 최소 2회 이상 일주일 중 이틀을 휴무하는 의무휴무제를 적용받는다.
택배노조 쿠팡본부 관계자는 “격주 5일제, 연 2회 이상 의무휴무와 같은 약속된 제도가 실제 운영되고 있는지,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작업을 여전히 기사들이 도맡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분류작업이나 프레시백 회수 관련해서는 청문회 이후에도 달라진 점이 없지만 그럼에도 기사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은 향후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