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서 ‘고든램지 버거’ 먹는다...급식업계, 외식브랜드 협업으로 식수 공략

구내식당서 ‘고든램지 버거’ 먹는다...급식업계, 외식브랜드 협업으로 식수 공략

급식업계, 수주 경쟁 치열…구내식당서 타 외식 브랜드 제공 등 차별화
삼성웰스토리, 고든램지 버거 등 콜라보…CJ프레시웨이·아워홈도 협업↑
“급식업체, 소비자 잡는 ’락인’ 효과 제고…차별화로 경쟁력 높여”

기사승인 2025-07-09 06:00:08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워홈 구내식당에서 한 직장인이 점심 메뉴를 보고 있다. 김건주 기자 

외식 물가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급식업계가 타 외식브랜드와 협업하며 고객사 식수(배식 인원)를 공략하고 있다. 급식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익숙한 브랜드를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년 1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 따르면 ‘기관 구내식당업’의 올해 1분기 지수는 92.93으로, 평균 지수인 70.76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기준선을 100으로 두고 경기 성장과 위축을 판단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한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지수가 낮을수록 매출 하락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기관 구내식당업은 두 번째로 지수가 높았던 ‘비알코올 음료점업’(80.02)이나 중식·일식 등 외국식 음식점업(76.21), 한식 음식점업(66.80) 등 모든 업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수를 보였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저렴한 객단가 덕분에 타업종 대비 호조를 보였다는 평가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식 물가가 상승하고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구내식당은 실질적인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구내식당은) 일반 식당보다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식비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점심시간 대에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메뉴가 많아, 세끼 중 점심을 가장 충실히 챙기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구내식당 선호 현상을 지속시키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내식당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기업 중심의 주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단체급식업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큰 자본이 필요한 구조로, 삼성웰스토리, 아워홈(한화),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 대기업 계열사들이 관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의 대표메뉴 O.G.R 버거. 삼성웰스토리 제공

특히 이들은 식수가 정해져 있는 등 시장 포화에 따라 타 외식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올해 상반기 전국 270여 개 급식사업장에서 이치란, 하이디라오 등 글로벌 외식 브랜드부터 국내 식품기업인 농심과 오뚜기, 제주관광공사 등 50개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웰스토리는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영국의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와 싱가포르 맛집 등 글로벌 콜라보를 확대하고, 스타셰프와 협업해 단독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는 (단체급식) 고객들에게 더욱 차별화된 경험요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 4월부터 ‘2025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으로 선정된 ‘진중 우육면관’의 메뉴들을 전국 구내식당에 소개하고 있다. 또 드라마·영화 지식재산(IP) 콜라보로 하루 약 5만식 규모의 테마 메뉴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행한다. 지난해 푸디스트를 인수해 급식사업에 뛰어든 사조그룹은 올 상반기 두끼떡볶이, 명랑핫도그, 23번지남산돈까스 등의 음식을 최대 64개 위탁급식 사업장에 제공했다. 누적 식수 인원은 9만2000명으로 평소 대비 25% 늘었다는 설명이다.

아워홈은 사내식당 차별화 프로젝트 ‘아워홈 플렉스 테이블’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내 사내식당 3개점에서 ‘팀홀튼’ 대표 메뉴인 메이플딥 도넛과 애플프리티 도넛을 고객사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다. 또 포케 전문점 ‘포케올데이’, 카레 전문점 ‘아비꼬’, 닭갈비 전문점 ‘유가네’ 등과 협업해 해당 브랜드 제품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체급식 주요 기업들은 유명 맛집, 셰프, 인지도 높은 브랜드 등과 협업해 기존 단체급식으로 접할 수 없던 이색 메뉴를 제공하며 고객사 수주율을 높이는 전략을 향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KPMG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통상 단체급식 기업은 계약종료 후 치열한 수주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고객사와 일반적인 2~3년 계약을 맺는다”며 “고객사 직원의 만족도가 수주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평소 차별화 메뉴를 통해 소비자가 한 번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락 인’(Lock-In) 효과를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체급식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은 이미 기존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없던 차별화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색 콜라보를 통해 급식 경쟁력을 높이고 한정판 메뉴, 비식품군 브랜드와 콜라보 등 다양한 식음 서비스로 수주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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