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며 수사에 중대한 분수령을 넘었다. 이는 특검 수사 개시 22일 만이자 한 차례 체포영장 기각 이후 이뤄낸 성과다. 150일의 수사 기간 중 조기에 핵심 피의자를 확보한 데 대해 법조계에선 사실상 수사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은 이르면 구속 기한 만료 전인 20일 이내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는 수사가 다소 미진했던 만큼, 향후 수사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죄를 둘러싼 구체적 행위와 증거 확보에 따라 특검의 성과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확보한 핵심 증거는 지난해 10월 윤 전 대통령이 국방부와 합참을 건너뛰고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현역 장교 녹취록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용대 드론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 “합참과 국방부 모르게 하라고 했다”,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드론을 일부러 노출시켰다”는 등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공개한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박수치며 기뻐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같은 맥락에서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 투입했고, 계엄 사태 이후 무인기 작전에 대해 자책하는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를 놓고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국내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드론사가 무인기의 추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고의적으로 기체를 개조해 전단 살포 기능을 추가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불안정한 설계를 통해 북한의 대응을 유도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여기에 북한의 ‘오물 풍선’ 대응을 명분으로 김 전 장관이 해당 발사 지점을 직접 타격해 북측을 자극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같은 정황은 의도적인 상황 조성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외환 혐의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내란 특검 수사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조사를 11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향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며 “수사 방식은 사회 일반의 인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직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하되, 그 외에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외환 혐의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본인 동의 하에 추가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횟수를 정해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소 시점과 관련해선 “수사량이 방대해 반드시 10일 이내 소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답했다.
특검은 또 계엄령 이후 문건 폐기 및 삼청동 안가 회동 관련자 수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이 신병 확보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은 김건희·순직해병특검(민중기·이명현 특검팀)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란 특검의 기소 이후 두 특검 역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내란 혐의로 매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형사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은 물론,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까지 3개 수사에 동시에 직면하게 됐다. 조사와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 구속 상태로 복수의 특검 수사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은 한층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여러 특검과 재판으로 진행되는 만큼, 향후 수사 일정과 절차 조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환처럼 입증이 까다로운 혐의는 수사 과정에서 법적 쟁점이 많아 특검의 전문성과 수사 역량,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