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를 따라가지 못하는 역(逆)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예정된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이같은 악영향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1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한국시간 기준 14일 오후 4시40분쯤 12만3091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기준 같은날 오후 3시30분쯤 비트코인 가격이 1억6600만원을 돌파해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국내시장 가격은 글로벌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전날 가상자산 차익거래 분석 플랫폼 데이터맥시플러스에 집계된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 간 김치 프리미엄(가상자산의 국내와 해외 가격 차이)은 -1.5032%다. 이는 비트코인의 해외 거래 가격보다 국내 거래 가격이 1.5%가량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날 오후 2시39분 기준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원화 환산 시 약 1억6180만원(11만7166달러)이었다. 반면 같은 시간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00만원가량 저렴한 1억6012만원이다. 통상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와 1% 이상 차이가 나면 차이가 높은 것으로 본다.
김민승 코빗 센터장은 쿠키뉴스에 “역 김치 프리미엄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할 때 국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라며 “또한 지난 2021년 전후 활황장 대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량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위축은 지표상으로 확인된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중앙화 거래소 점유율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시장에서 업비트의 점유율은 올해 1월말 8.38%에서 4월말 6.16%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바이낸스는 35.76%에서 38.01%로 늘었다.
이와 함께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5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25개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가상자산 외부 이전 금액(출고액)은 96조9000억원으로 같은해 상반기(74조8000억원) 대비 30% 급증했다. FIU 관계자는 “차익거래 등을 위해 가상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로 인한 국내 시장의 비좁은 투자 저변을 이탈 사유로 봤다. 김 센터장은 “국내 거래수요 감소는 마진거래, 레버리지 거래 등을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로 수요가 많이 넘어간 게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며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이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알트코인 상승세가 매우 더뎌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 거래소의 마진거래 등을 점점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법인 실명계좌 시범허용 도입이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 허용할 방침이다.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대상이다.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기관과 법인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올 하반기 법인이 시장 참여하기 시작하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