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해충의 대표격인 모기가 최근 종적을 감췄다. 불볕더위와 폭우가 모기의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다만 모기들이 장마 이후로 산란을 시작하면서 뒤늦게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모기 예보’에 따르면 27일 모기발생단계는 2단계인 ‘관심’이었다. 모기 예보는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4단계로 나뉘는데, 올해 ‘불쾌’ 단계가 나타난 날은 지난달 28일 단 하루뿐이었다. 작년 6월 내내 ‘불쾌’만 기록하다 7월이 돼서야 ‘관심’과 ‘주의’ 사이로 떨어진 모습과는 판이하다.
이날 모기활동지수는 ‘44.2’로 나타났으며, 이 지수가 ‘100’일 때 바깥에서 야간에 10분 정도 서 있으면 5차례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다. 지난해에는 6월은 물론 7월에도 활동지수 ‘100’이 집계된 바 있지만, 올해 활동지수 최대치는 ‘77.2’에 그쳤다. 모기에 물릴 확률이 전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셈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시내 55곳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서 채집한 모기는 총 6만2351마리로 전년 동기(6만8462마리) 대비 6111마리 감소했다. 모기의 개체수가 하루 평균 약 203마리씩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지난달부터 이어지고 있는 역대급 무더위와 폭우를 여름 모기 실종의 원인으로 꼽는다.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기온은 15~30도로 비가 주기적으로 내릴 때 더욱 활발하게 활동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선 6월 중순에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8월 중순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든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 성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고온 환경과 단기간 쏟아진 비가 원인이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지난번 폭우로 물웅덩이나 하수로에 살고 있던 모기 유충들이 쓸려 내려가 자연적으로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며 “요즘처럼 3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는 성충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지난 24일 관련 연구를 위해 방문한 현장을 언급하며 “서울시의 한 도랑에는 당장 2~3일 전 태어난 모기 유충이 바글바글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가 본격적으로 그치면서 산란을 시작한 모기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앞으로 7~10일 후에는 모기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비가 많이 내린 만큼 물웅덩이가 금방 마를 일은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