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홈플러스 전단채 책임 공방…“카드사도 책임져야”

끝없는 홈플러스 전단채 책임 공방…“카드사도 책임져야”

기사승인 2025-07-30 16:49:18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30일 서울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사에 채권 전액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김미현 기자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미상환 사태와 관련해, 카드사들이 계약에 부당한 조항을 삽입해 책임을 회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롯데카드 간 구조적 연계성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피해자들은 롯데카드에 책임을 전가하며 전단채 투자자 채권 전액 인수를 촉구하고 있지만 카드사 측은 “계약 구조상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는 위치였다”며 반박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 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30일 서울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가 이미 사실상 상환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통해 기업구매전용카드 사용을 급격히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ABSTB를 계속 발행했다”며 “반면 카드사는 ‘비소구’ 조항을 통해 홈플러스가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가 문제 삼는 것은 ABSTB의 구조다. 해당 계약에는 비소구 조항이 포함돼 있어, 홈플러스가 부도를 내더라도 해당 전단채에 대한 손실은 투자자가 모두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 카드사는 매출채권 유동화 이후 추가적인 상환 책임을 지지 않으며, 투자자 역시 카드사를 상대로 채권 추심을 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카드사는 홈플러스 부도로 인해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는 반면, 채권자로 등록돼 상거래 채권으로 우선 변제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카드사는 피해자들의 채권 전액을 즉각 인수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비대위의 요구는 롯데카드가 단순한 결제 중개자가 아닌 유동성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비소구 조건은 일반적인 유동화 계약 구조이며, 카드사는 투자상품의 설계와 판매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상품 구조, 발행 규모, 유동화 조건, 투자자 선정 등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ABSTB 구조상 어떤 카드사에서 얼마만큼의 매출채권이 유동화되는지도 증권사가 결정한다. 카드사는 투자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이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롯데카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핵심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자금난을 숨기는 과정에 롯데카드가 공모했는지 여부다.

일각에선 홈플러스와 증권사 간 법적 책임 다툼도 시작됐다. 현재 홈플러스와 ABSTB 발행 주체인 신영증권은 사기 혐의 등으로 서로를 형사 고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 소재는 SPC와 증권사, 홈플러스, 카드사 간의 계약 구조 해석과 연계성, 고의성 입증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가 홈플러스의 부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유동화를 도왔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MBK가 손실을 고의로 전가하려 했다면 굳이 계열사인 롯데카드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인데, 계열사 간 거래의 편의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고의성 정황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해당 전단채를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해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상거래 채권은 영업활동과 관련된 채권으로 회생절차상 전액 변제가 원칙이다. 다만 법적 타당성과 담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어 실제 변제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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