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란 반응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미국 방문 목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으나 한미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회장의 방문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한미 양국간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불확실성이 감소됐다고 평가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번에 발표된 합의 내용의 세부 사항에 대해 양국 간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 등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당사 비즈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PC, 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삼성전자의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고 양국 관련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 왔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도 이번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언급으로 한국은 반도체·의약품 관세에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으로 기정사실화됐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인공지능(AI) 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요구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반도체 산업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타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러트닉 장관이 최혜국 대우를 약속한 만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관세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반도체 업계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