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1년…산굼부리
새벽부터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추석 쇠러 집에 가는 길이다. 버스 정류장엔 아무도 없다. 아직 제주공항 가는 버스가 오려면 시간이 꽤 남아 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바라보니 한라산 봉우리 끝이 깨끗하게 보인다. 여름이 지나도록 아침에 이렇듯 깨끗하게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노인 한 분이 유모차를 밀며 다가온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온 듯하다. 유모차에 의지해도 멀리 걷기는 힘에 부치는지 가까이 다가온 노인이 잠시 의자에 앉았다. 물끄러미 우리 내외를 바라보더니 묻는다.“어디 가시오?”“추석 ... [이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