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백악관의 손님에서 주인으로=취임식은 상·하원 의원들과 대법관,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회의사당 서쪽 현관에서 오전 11시30분 무렵 시작됐다. 순서에 따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먼저 취임선서를 했고 10분 후 오바마 대통령이 선서와 취임사를 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와 두 딸 말리아·사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단에서 오바마의 선서를 지켜봤다.
앞서 백악관의 게스트용 블레어하우스에서 잠을 깬 오바마는 오전 9시 백악관 인근 성요한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부시 대통령 부부, 바이든 부통령 부부와 백악관 북쪽 현관에서 차를 마셨다. 취임식이 끝난 뒤 오후 1시에는 의사당에서 상·하원 의회지도자들과 오찬을 나눴다.
이날의 하일라이트인 취임 퍼레이드는 오후 2시30분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3번가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됐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양편으로는 오바마 배지를 달고 성조기를 흔드는 시민들의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관심을 끌었던 대통령 전용차량인 GM의 ‘캐딜락 프레지덴셜 리무진’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28대)이 1919년 캐딜락을 타고 제1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한 이래 캐딜락을 전용차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백악관의 관행이 됐다.
◇당선자로 보낸 마지막 24시간=마틴 루터 킹 기념일이자 취임 D-1인 19일 밤 오바마는 워싱턴 도심 곳곳을 자동차로 이동하며 3명의 남자들과 차례로 저녁식사를 나눴다.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공화당원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바이든 부통령. 모두 오바마가 초청해 이뤄진 일종의 헌정만찬이었다. 축사도 칭찬과 감사 일색이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는 마지막 밤을 공화당원들에게 할애한 오바마의 의중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오바마는 워싱턴 힐튼호텔에 마련된 매케인 만찬장에서 “초당적 협력의 필요성을 매케인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국가 우선은 매케인이 전 생애를 통해 추구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을 위한 만찬이 열린 국립건축박물관에서도 오바마는 “진실과 충성, 결연함 같은 원칙들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한결같은 헌신을 해왔다”며 파월에게 찬사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가 미래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보험을 들었다”며 이날의 만찬을 평한 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초청받지 못한 게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오전에 월터리드육군의료센터를 방문해 상이군인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오바마는 워싱턴 홈리스 청소년 시설 새 단장 작업과 인근 고교의 봉사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바마의 봉사활동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이뤄졌다. 앞서 오바마는 “위기에 직면한 미국은 하나의 일손도 아쉽다”며 자원봉사 참여를 촉구해 이날 미 전역에서는 수만명이 6000개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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