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턱없이 부족한 장기 기증과 이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병원에서 ‘잠재 뇌사자’를 의무 신고하게 하는 등 법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대한이식이학회 한덕종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사진)은 9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기증자를 늘리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말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는 1만709명에 이르지만 생체 기증은 1590건, 뇌사 기증은 256건 등에 불과하다. 이식학회는 특히 우리나라 사회 정서상 생체 기증의 증가는 쉽지 않은 만큼, 뇌사자 장기 기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사자의 경우 많으면 6∼7명에 동시에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 이사장은 “외국은 생체 장기 기증자 대 뇌사자 기증 비율이 2대 8정도 임에도 불구하고 장기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심장 정지자의 장기 기증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장기이식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는 뇌사가 진행되면 사망 시점에 가족 동의를 얻어야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증 의사를 밝히는 시점이 문제다. 뇌사 판정을 받은 후 환자 사망 직전에 기증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회에 참가한 전남의대 외과 정상영 교수는 “뇌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병원에서 잠재 뇌사자를 신고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는 시점까지 준비 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장기기증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86년부터 병원에 잠재 뇌사자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으며, 98년부터는 신고하지 않을 경우 벌칙 조항을 둬 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참가자들은 현재 국가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외에 독립된 장기 구득기관을 설립해 국가 지도 아래 장기 기증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명의대 조원현 교수는 “현재 KONOS는 장기 배분의 역할을 하고 있어 장기 기증 활성화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립 장기구득기관은 잠재 뇌사자 신고 접수, 뇌사판정 과정의 조정, 뇌사자 평가, 뇌사자의 적절한 관리, 장기 구득, 유족에 대한 사후 지원 등 뇌사자의 장기 기증과 관련된 전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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