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종로2가 예본안과를 찾는 환자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살롱 드 예본’ 이라는 고객 전용 카페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병원은 지난해 12월 환자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전문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사람)까지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진료 서비스도 차별화했다. 환자가 처음 방문하면 담당 코디네이터가 무릎을 꿇고 ‘진료 주문’을 받는다.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무릎꿇고 손님과 눈높이를 맞추는 ‘퍼피 독(Puppy Dog)’ 서비스와 비슷하다. 이 병원은 최근 국내 안과 최초로 지식경제부가 주는 ‘서비스 품질 우수기업 인증(SQ)’을 받았다.
병·의원들이 톡톡 튀는 서비스 도입으로 손님 마음 사로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 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과거 진료과에 상관없이 비슷비슷하던 병원 내부를 카페나 도서관, 갤러리 등 휴식 및 문화 공간으로 치장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지오치과네트워크 남양주점은 지난해 8월 대기실 한 켠에 최신 동화와 소설책 등 300여권을 갖춘 미니 도서관을 마련했다. 진료 대기때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인근 시장에서 쇼핑할 때 자녀들을 맡겨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이 병원은 또 치과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있는 아이들이 엄마 등 보호자와 함께 치료 받을 수 있는 ‘가족방’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 미래클리닉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 400여점을 전시한 갤러리를 갖춰 찾는 이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들도 있다. 척추·관절 전문 목동 힘찬병원은 지난해 7월부터 비정기적으로 간호사들이 전체 입원 환자들에게 발 마사지를 해 주고 있다. 이를 위해 총 200여명의 간호사들은 발 마사지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 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은 또 2개월에 한번씩 치료 환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수술 경과나 치료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원장은 “이제 의사가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 기술만 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서비스 도입 취지를 밝혔다.
병원 홍보전문 컨설팅 회사 HIM 닥터PR 권고은 부장은 “한번 방문한 환자가 단골 고객이 돼 여기저기 소문을 내 주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병원 환경이 바뀌었다”면서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더 이상 식당 등 서비스업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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