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꽁꽁 얼어붙어도 대박난 상품은 있게 마련이다. 주머니는 가볍고 마음은 무거운 불황기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업계의 10대 승자들을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16일 소개했다.
불황이라고 굶을 수는 없지만 식비를 줄이는 건 가능하다. 부식비를 아끼려는 서민들이 야채를 직접 길러먹으면서 씨앗 판매는 크게 늘었다. 종자회사 파크시드의 올 야채 씨앗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20%나 증가해 불황의 최대 수혜상품으로 떠올랐다. 대신 정원에서 밀려난 건 관상용 꽃과 나무. 꽃씨 판매는 줄어들었다.
싸게 한끼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도 호황을 누린다. 지난달 맥도날드의 판매고가 6.8%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비싼 샌드위치 체인 아비스 판매는 8.5%나 줄었다. 스타벅스의 4달러짜리 카페라떼를 끊어보려는 시도는 가정용 커피메이커와 원두의 판매 증가로 나타났다. 동전 몇 개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초콜릿도 인기 폭발이다. 지난해 4분기 허쉬 초콜릿의 수익 증가율은 무려 51.4%로 집계됐다.
구두쇠형 상품과 더불어 대박난 것은 시름을 잊게 해주는 현실 도피형 상품들이다. 매달 10∼15달러에 영화를 무제한 공급하는 DVD 배달 서비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신규 가입자가 26%나 늘었다. 출판사 ‘할리퀸’의 2008년 4분기 판매액이 300만달러나 증가하는 등 로맨스 소설도 불티나게 팔린다. 판타지로 도망치고픈 욕구 때문이다.
콘돔도 인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커플들이 밤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2세를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라는 설이 맞선다.
불황에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일자리. 지난해 말부터 취업 관련 각종 웹사이트의 접속량이 부쩍 늘었고, 이력서 작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의 이용자도 크게 증가했다. 전국이력서작가연합 설문 결과, 회원의 54%가 고객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교육비 다이어트에도 나서 상당수가 사립대에서 학비가 싼 주립대로 진로를 수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비와 생활비 모두 싼 오리건주립대의 경우 2009년 지원자가 12%나 늘어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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