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너무 얻어 맞아 정신이 없는 것 아니냐(Are you punch-drunk)?”
22일 밤(현지시간) 방영된 CBS방송 ‘60분’에서 대담을 진행하던 진행자는 자꾸 웃음을 터뜨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참다못해 이렇게 물었다. 오바마는 “아니다. 그저 하루를 버티려면 약간의 유머가 필요한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농담이 아니라 오바마에게 지난 한 주는 유머 감각이 절실한 시간이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토머스 프리드먼과 프랭크 리치, 모린 다우드 등 스타 칼럼니스트 3명의 이름으로 오바마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칼럼을 일제히 내보냈다. 앞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오바마의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그간 우군으로 분류됐던 중도 및 진보 성향 칼럼니스트들까지 오바마 비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꿈쩍 않던 오바마의 개인 지지율도 조금씩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초 76%(CNN 조사)까지 치솟은 지지율은 정부 구제금융으로 2억1800만달러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보험사 AIG 스캔들이 터지면서 64%로 주저앉았다.
압도적 지지로 출범한 오바마호(號)가 AIG 스캔들의 처리 미숙으로 60일 만에 적과 아군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는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AIG 스캔들은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난 23일 진화되기는커녕 오바마의 정치적 재앙으로 번질 조짐이다. 리치는 ‘오바마에게 부시의 카트리나 악몽이 닥쳤는가’라는 칼럼에서 아예 오바마의 위기를 초특급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 미숙으로 뭇매를 맞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빗댔다.
무엇보다 오바마 정부의 투명성이 도마에 올랐다. AIG 보너스 문제를 5일 전에야 인지했다는 백악관 해명과 달리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1주일 앞서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바마노믹스(오바마의 경제정책)의 수장인 가이트너와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친(親)월가 성향도 공격받았다.
서머스의 경우 하버드대 총장 사임 후 헤지펀드에 근무한 경력이, 부시 정부 시절 1차 구제금융안을 만든 가이트너의 경우에는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게 내버려두고 AIG를 살린 저의를 의심받고 있다. 당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AIG와 관계가 깊은 골드만삭스 출신이어서 함께 결정을 내렸던 가이트너까지 원죄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지난 주 내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오바마가 16일 백악관 발표와 18일 타운홀 미팅, 19일 NBC방송 심야토크 ‘투나잇쇼’, 22일 CBS방송 인터뷰를 통해 AIG 보너스 사태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가이트너와 서머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도 각각 인터뷰에 나섰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지난 19일 하원이 통과시킨 90%의 ‘세금 폭탄’ 법안을 통한 해법을 둘러싸고 새롭게 논란이 점화되고 있어 AIG 사태는 당분간 오바마 정부의 최대 난제로 남을 전망이다. 월가가 반발하고 나선데다 백악관에서조차 포퓰리즘적 해법이라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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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WBC 병역면제 줘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