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구성된 가택침입 특별반의 데이비드 아수엘로 경사는 마약갱들의 권총 난사 사건을 조사한 지 몇시간 만에 한 블록 떨어진 14세 소년 납치 현장에 달려가야 했다. 납치범들이 소년의 가족에게 요구한 것은 은닉 마약과 1만달러. 인구 50만명의 투손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는 최근 1년간 무려 130건이 넘는다. 아수엘로 경사는 “무너지는 댐을 주먹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특별반이 구성된 피닉스에서도 2년간 700여건의 납치·감금 등 마약 관련 범죄가 적발됐다.
지난 1년간 7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멕시코 마약전쟁이 미 국경을 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투손, 피닉스와 앨라배마주 버밍햄,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 미 남부 도시는 물론이고 캐나다 밴쿠버까지 멕시코 마약전쟁의 여파가 북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수출처이자 마약전쟁에 사용되는 총기류의 주 공급처. 하지만 그간 대부분의 폭력사건은 멕시코 국경 내에서 벌어졌다. 미 정부의 대대적 단속이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경수비 강화로 공급 루트가 교란되고 가격이 오르자 미국 내 마약 거래상들간에 상호폭력이 시작된 것이다. 피닉스의 마약 수사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켐프쉘은 “멕시코 마약전쟁이 미국 내 거래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확인된 도시는 230개로 3년 전 100개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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