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7일 오후 2시 50분 국내최대 규모 백혈병 병동이 있는 여의도성모병원 13층 조혈모세포이식센터.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지난달 23일 신축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으로 백혈병 환자들을 이송하는 대작전이 시작됐다.
소아암 중환자실에서 만성 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박다솜(15)양이 감염 방지를 위한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롱카(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실려 나오자, 기다리던 의사와 간호사 등 스태프진 사이에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김영기 원무팀장이 무전기로 2층 응급실에 대기 중이던 앰뷸런스에 “41번째 환자 내려갑니다”라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8월 오빠(20)로부터 기증받은 조혈모세포(골수)를 이식받은 박양은 최근 면역거부 증상(이식편대숙주반응)이 나타나 설사와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외부 공기 노출시 감염 위험이 무엇보다 큰 상황.
국내에는 무균시설을 갖춘 앰뷸런스가 없기 때문에 병원측은 환자 이송에 쓰일 앰뷸런스 5대를 미리 소독하는 공을 들였다. 또 극도로 예민한 환자 상태를 고려해 한달 전부터 합병증과 백혈구 관리, 항암제 치료 등을 이송에 적합하게 조절해 왔다.
박양을 실은 앰뷸런스가 88올림픽도로를 달려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19층 소아암 병동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이날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이송 대작전으로 병동을 옮긴 백혈병 환자는 소아 16명을 포함해 모두 46명. 전체 치료 환자 240여명 가운데 응급수송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몸 상태가 좋은 환자들은 버스 등으로 미리 이동했다.
김광성 서울성모병원 간호팀장은 “철저한 무균 환경에서 지내야 하는 백혈병 환자들이 여의도에서 반포동까지 수십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2차례 리허설까지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