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16살 소년 크리스는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항암치료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때, 담당 의사는 항암치료가 환자의 생식능력을 앗아갈 수 있다며 정자를 냉동시켜둘 것을 제안했다. 당시 크리스의 유일한 목표는 정상적으로 고교를 마치는 것.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조차 힘겨웠던 암 환자 크리스에게 결혼과 아기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하지만 암을 이겨낸 뒤 아들의 삶에 대해 걱정한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항암치료를 받던 크리스가 86년 4월25일 정자를 냉동시키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그 때만해도 언제쯤이나 손상된 냉동 정자로 인공수정이 가능해질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2년 뒤인 지난해 6월12일 기적은 이뤄졌다. 크리스의 냉동 정자가 무사히 해동돼 아내 멜로디의 난자와 성공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리고 딸 스텔라가 태어났다.
멜로디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학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왔는지 정말 놀랍다.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며 행복감을 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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