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쿠바 여행길, 반세기만에 열려

美―쿠바 여행길, 반세기만에 열려

기사승인 2009-04-14 17:42:03


[쿠키 지구촌]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쿠바계 미국인의 모국 여행과 송금 제한을 철폐키로 했다. 이로써 1962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쿠바 금수조치 제재 이후 반세기 가까이(47년간) 끊어졌던 미·쿠바간 여행길이 일부 열리게 됐다. 더불어 냉전의 마지막 유산인 양국간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살짝 열린 쿠바행 여행길=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에 지시해 쿠바에 친지를 둔 미국인의 현지 방문과 송금을 자유화했다”고 발표했다. 단, 일반인의 쿠바 여행, 쿠바와의 수출입은 현행대로 계속 금지된다.

그간 쿠바계 미국인의 고향 방문은 3년간 1번씩 최대 2주, 소지품 44파운드(약 20㎏)로 엄격히 제한됐다. 송금액 역시 1인당 연간 1200달러로 제한을 받아왔다. 이날 발표는 “쿠바계 미국인들이야말로 쿠바 민주화의 희망”이라던 대선 캠페인 당시 오바마 발언의 연장선에 서 있다. 150만명에 달하는 쿠바계 미국인이 자유롭게 오가야 쿠바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 깁스 대변인은 “쿠바가 인권, 자유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을 포용하기를 모두 희망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이를 돕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 통신회사의 쿠바 내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 통신회사는 쿠바와 미국을 연결하는 광케이블 매설 및 위성통신 사업을 수주하거나 쿠바 통신 사업자와 통신로밍 서비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위성방송 서비스도 쿠바측이 허용할 경우 가능해진다. 백악관은 미국과 쿠바의 정기 항공노선 개설 문제도 검토키로 했다. 현재 미국과 쿠바간 정기 항공노선은 없다.

◇조심스런 오바마=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조치이긴 하지만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미 의회는 일반인의 쿠바 여행 전면허용을 추진해왔고, 오바마 역시 이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발표 방식도 조심스러웠다. 오바마가 직접 나서는 대신 백악관 대변인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내용을 공개했다.

신중한 행보는 쿠바의 피델·라울 카스트로 정권에 반대하는 쿠바계 미국인들에 대한 배려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공화당원 마리오와 링컨 디아스-발라트 형제가 “(백악관 발표는)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하는 등 보수적 쿠바계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50년 노력이 실패했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평은 엇갈리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제 공은 쿠바 정부로 넘어갔다. 특히 미 기업 진출의 경우, 미 정부가 허가하더라도 쿠바측이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일단 첫 반응은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 발표 몇 시간 뒤 관영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금수조치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잔인한 행동”이라며 “쿠바가 미국에 자선을 구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은 금수조치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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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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