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라운지] 변신의 귀재 바이러스… ‘진정한 공포’는 멀었다

[위크엔드라운지] 변신의 귀재 바이러스… ‘진정한 공포’는 멀었다

기사승인 2009-05-01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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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에이즈(AIDS),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인플루엔자(독감), AI(조류독감), 뇌염, 간염….

인간의 삶에서 죽음의 공포를 불러오는 무서운 바이러스. 대장균처럼 인체에 유익한 바이러스도 있지만 지금 전 세계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인류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다. 세계적 대유행(판데믹)이 우려되는 신종 인플루엔자는 특히 종간(種間) 장벽을 뛰어넘는 ‘변종 바이러스’로 돌변해 아직 백신조차 개발돼 있지 않다. 처음엔 돼지 인플루엔자(SI)로 불렸지만 바이러스의 출처가 돼지인지도 불분명하다고 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인플루엔자’로 부르기로 정정했다. WHO조차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신종 바이러스가 재앙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다가올 바이러스 공포에 있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지구상에는 40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바이러스는 세균처럼 아주 작은 미생물이고 전염병을 일으키긴 하지만 여러 면에서 세균, 곰팡이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과 식물 그리고 다른 생명체(숙주 생물)에 들어가야만 증식을 하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변신의 귀재다. 예방 및 치료제를 개발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돌변한다. 핵산의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하는데, 특히 RNA 바이러스가 ‘변이’를 잘 일으킨다. 흔히 알고있는 인플루엔자나 에이즈 바이러스(HIV), 에볼라(Evola) 바이러스, AI를 비롯해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대표적 RNA 바이러스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사람과 포유류, 조류(鳥類)에 살고 있다. 대부분 특정한 종에만 감염을 일으키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에서 변이를 일으키면 이러한 특이성을 초월하기도 한다.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의 경우 사람과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섞여 전혀 새로운 신종 인플루엔자로 재탄생하면서 종간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충남대 수의학과 김철중 교수는 “사람과 가축의 생활영역이 구분돼 있지 않은 환경에서 바이러스 재조합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가 태어나고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가공할 위력=끊임없이 변이를 거듭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한번 창궐하면 인류에게 대재앙에 맞먹는 타격을 입히곤 했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는 모두 세차례의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겪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57년 아시아 독감은 100만명, 68년 홍콩 독감은 80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모두 비슷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가 크게 변하는 바람에 인체 면역 체계가 이를 인식하지 못해 이들의 침투에 무방비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외 감염 전문가들은 스페인 독감 이후 진행돼 온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10∼40년 주기설을 근거로 2008∼2010년을 팬데믹 재도래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대유행 정도는 아니지만 2003년 사스로 인해 700여명의 인명 피해를 냈으며,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AI도 끊임없이 출현해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초래했다.

◇바이러스 정복 자체가 불가능?=인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백신이라는 방패로 대처하고 있다. 백신은 일종의 가짜 병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백신을 인체에 투여하면 진짜 병균으로 인지하고 방어체계를 가동시키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진짜 병균이 몸에 침투해도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예방 백신을 맞으면 60∼90% 예방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현재 예방접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바이러스 질환은 홍역 풍진 유행성이하선염 소아마비 일본뇌염, B형 간염, 광견병 등이 있다. 하지만 신종인플루엔자와 AI를 비롯해 에이즈, 에볼라 등 아직도 많은 바이러스들은 예방백신 개발이 요원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등장한 항바이러스치료제는 모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는 못한다. 경북대 미생물학과 이재열 교수는 “어쩌면 바이러스를 정복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일지 모른다. 예방백신을 개발했다고 해도 새로운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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