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을 지하에서 해도 통상 방사성 물질의 0.1%가 기체 상태로 바위틈으로 새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실험 때 핵분열 반응의 여파로 발생한 세슘137(원자량이 137이란 의미), 제논 133, 지르코늄 95, 요오드 131∼3 등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체성 방사성 물질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병수 방사선안전부장은 25일 “핵실험 때 발생한 방사능 물질은 풍속 풍향 등에 따라 전파 속도가 다르다”면서 “기상청에 알아본 결과 현재 북한 지역에선 속도가 빠르지 않은 바람이 동해쪽으로 불고 있어 낙진은 남한지역이 아닌 일본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70여곳에 설치돼 있는 방사능 준위 측정 자동 감시망은 비상 감지체제에 돌입했다.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과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로 320㎞ 가량 떨어진 강릉 지방방사능측정소측은 “북한 핵실험 직후 공기채집기를 이용, 대기 부유진을 필터로 채집한 후 정밀 분석했으나 아직 평상시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기술원측은 강릉까지의 거리를 고려할 때 방사능이 유출됐다 하더라도 현재 기상조건에서 우리나라에서 방사능을 감지할 수 있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은 지하에 머물다가 길게는 몇년 동안 계속 유출되므로
대기가 아닌 지하수를 통한 오염도 신경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하 핵실험에선 주변 암반이 녹아 실험장소를 덮어버리는 데다 지하수맥이 없는 곳을 골라 하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핵실험 전에 각각의 방사성 물질 특성에 따른 각종 제염(除染)조치를 취하지만 이번 핵실험이 워낙 급박하게 진행돼 북한이 그 같은 절차를 밟았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하수가 오염돼도 남한으로 흘러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며 대부분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추정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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