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봉사를 하고 나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뿌듯하기도 하고. 마약처럼 중독됐다고 하면 좀 심한 표현인가요?”
‘봉사에 중독됐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한양대 의학과 2학년 정현진(22·여)씨. 그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결코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의사가 살아가는 방식이 많은데, 제 생각에 가장 의미있는 것은 봉사인 것 같아요.”
정씨는 최근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가 후원하고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청년의사신문이 주는 올해의 ‘청년 슈바이처상’ 사회 활동 부문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이어져 온 베풂과 헌신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씨는 전남 광주 수피아여고 1학년 때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 우연히 찾은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삶의 방향타를 설정하게 됐다. “장애인들을 목욕시키고 식사를 도와주면서 이 세상에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인생 목표가 정해지자 생활의 좌표는 모두 한 곳으로 모아졌다. 주말마다 장애인 시설을 찾았고, 독거노인 무료 급식과 식사 배달 봉사도 시작했다. 또래들이 학원으로 향할 때 그는 배 곯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정씨는 “봉사를 하다보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게 더 많다”면서 “의대는 봉사 활동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했다.
의대에 입학한 뒤 지금까지 4년째 한양대병원내 소아암, 백혈병 환아들을 위한 병원학교 ‘누리봄 교실’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다. 2006년부터 2년간은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고, 지금은 후배 교사들의 수업 지도를 도맡고 있다. 의대 시험기간에도 도서관이 아닌 병원학교로 향하는 그를 보고 친구들이 “한심하다”고 한 적이 한두번 아니란다.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방학 기간에도 그의 봉사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의대 동기들이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갈 때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도서 녹음, 충북 음성 꽃동네 노력 봉사,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지로 의료 봉사를 떠났다.
정씨의 꿈은 의대 졸업 후 UN이나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국제의사단체에 소속돼 전세계인에게 인술을 전하는 것이다. 다음달 10일 ‘행동하는 의사회’와 함께 중국 티벳 지역으로, 겨울방학에는 아프리카 케냐로 혼자 의료 봉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소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란다. 청년 슈바이처상 상금으로 받은 500만원도 경비로 쓸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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