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5일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한 과학기술위성 2호에는 문제의 한쪽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위성과 분리 직전까지 9분 동안 붙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것이 나로호 발사 ‘부분 실패’의 주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발사 당일 발사지휘센터(MDC)가 ‘페어링 분리 성공’으로 선언한 데 대해서 ‘담당자 혼선’이라고 밝혀 우주 발사라는 중차대한 사안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페어링, 위성 분리 직전까지 붙어 있었다=한·러 공동조사위원회 잠정 결론에 따르면 나로호는 당초 예정대로 25일 오후 5시 00분 00.23초 발사됐다. 이어 3분 36초 뒤 페어링 분리 수순에 들어 갔지만 한쪽만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 페어링은 위성이 분리될 시점인 발사 9분까지 나로호 상단부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2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언론에 공개한, 과학기술위성2호에 부착된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카메라는 위성과 2단 고체엔진(킥모터) 중간에 상향과 하향 2대가 설치됐으며 페어링 분리 전부터 1·2단 분리 전·후, 2단 점화 전·후, 위성 분리 전·후까지의 영상을 담고 있다.
항우연 박정주 발사체계단장은 “나로호 2단 엔진 점화시 고도는 303㎞로 정상이었지만 연소 종료시에는 327㎞로 정상 비행시(302㎞)보다 25㎞나 높이 올라가 있었다”면서 “한 쪽에만 붙어 있는 페어링 중량 때문에 무게 중심이 안맞아 제 위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위성은 분리된 2분 후 최대 고도 387㎞까지 올라갔다 지상으로 낙하한 것으로 추정됐다. 박 단장은 “페어링은 위성이 분리될 때 떨어져 나가면서 위성에 손상을 입혀 속도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이 궤도 진입을 하려면 초속 8㎞로 분리돼야 하는데 과학기술위성 2호는 이보다 낮은 초속 6.2㎞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발사체의 추력 조정이 잘 안돼 위성이 목표 고도보다 더 높이 날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우주항공시스템공학과 이재우 교수는 “러시아가 만든 1단발사체는 아직 한번도 발사되지 않은 신형 로켓이어서 추력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만큼, 1·2단 로켓의 추력 데이터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어링 분리 성공 선언, 상황판 오판 탓?=발사 당일 페어링 미 분리 사실을 알고도 분리 성공으로 선언한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의 현장 아나운서는 25일 나로호가 발사되고 4분 04초가 지난 뒤 ‘페어링이 정상 분리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당시 상황판에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현장 아나운서가 페어링이 분리됐다고 착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실제 페어링 분리 신호가 들어온 것은 발사 9분 뒤 위성이 분리되면서부터며, 그 때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상황판에서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시말해 페어링은 발사후 3분 35초에 분리되도록 돼 있으나 해설자가 상황판을 잘못 알고 29초 후에 페어링이 분리됐다고 방송했다는 것. 사소한 실수에도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우주 발사 현장에서 너무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고흥=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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