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출마할 수 있는 선거제도 때문에 생긴 일이다. 상당수 후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출마하며,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비례대표 명단에서 자동 삭제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대거 당선되는 바람에 일부 권역에서 비례대표 후보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당투표에서 필요 이상의 압승을 거둬 지명할 비례대표 후보가 모자라게 된 것이다.
오사카와 교토 등을 포괄하는 긴키 권역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한 자민당 다니하타 다카시(62) 후보는 낙선을 확인한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당선됐다”는 가족의 고함소리에 잠을 깬 그는 자신이 자민당의 9번째 비례대표로 기사회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역구를 휩쓴 민주당의 비례대표 1석이 후보 부족으로 자민당에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새벽 3시가 넘어 선거사무실로 달려간 그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민 앞에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당을 재건하고 싶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고베 등이 포함된 효고 권역에서 자민당의 마지막 8번째 당선자로 부활한 다니 고이치(57) 후보 역시 민주당 후보 부족 덕에 어부지리로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기분이 산뜻하진 않지만 선거규칙이 그런 것이고 당선이 결정된 이상 확실하게 일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주당이 잃어버린 3석 중 마지막 1석은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공명당에 돌아갔다. 아카마쓰 마사오(63) 후보는 “횡재처럼 떨어진 의석이어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국민들의 응원으로 얻은 하늘로부터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겠다. 지역 사회의 희망을 확실히 들어 열심히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후보 부족 사태는 2005년 중의원 선거 때 자민당에서도 벌어졌다. 당시 압승한 자민당은 1석을 사민당 후보에게 넘겨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