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프로그램 제목을 아예 ‘범죄자와 춤을’로 바꿔라.”
요즘 미국 ABC TV 인기 리얼리티쇼 ‘유명인사와 춤을’ 홈페이지에는 ‘범죄자 쇼’를 시도한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06년 부패 혐의로 쫓겨난 워싱턴 실력자 톰 들레이(62) 전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오는 21일 시작되는 가을시즌에 출연키로 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언제부터 범죄자를 출연시키기 시작했느냐”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행위” “방송사 보이콧 운동을 벌이겠다” 등의 의견을 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들레이는 트위터에 “댄스 파트너가가 낸시 펠로시(민주당·하원의장)가 아니길…”이라고 농담하는 여유를 부렸다.
노출과 욕설, 극단적 설정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국 리얼리티쇼가 부패 정치인 캐스팅과 출연자들의 엽기 범죄로 도마 위에 올랐다. TV 진출을 모색한 부패 정치인 가운데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려다 적발돼 미국을 경악케했던 라드 블라고예비치(53) 전 일리노이 주지사도 포함돼 있다.
그는 아내를 NBC TV 리얼리티쇼 ‘나는 유명인사, 여기서 탈출시켜줘’에 출연시켜 라이벌을 비난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애초 자신이 출연하려다가 재판 문제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해외에서 촬영된 이 프로그램에 아내를 대신 내보낸 것. 이를 본 시청자들은 “블라고예비치 부부는 NBC가 아니라 법정 TV에 나와야 한다”며 방송사에 항의했다.
출연자들의 강력 범죄도 잇다르고 있다. 지난달 케이블TV 데이트쇼 ‘메건은 백만장자를 원해’ 출연자 알렉산더 라이언 젠킨스(32)는 모델 출신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 조사 결과 젠킨스는 TV 출연 전인 2007년 이미 가정폭력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 아내 폭행 전과가 있는 남성이 데이트 프로에서 인기를 누린 셈이다. 사건 발생 후 방영은 취소됐지만 ‘출연자 신원확인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지난 1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고 있는 ‘미국의 차기 톱모델’에 출연한 유명 패션디자이너 아난드 존 알렉산더(35)가 7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59년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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