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12일 오전 10시45분(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을 떠난 시각,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만명이 워싱턴 프리덤플라자에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공화당원과 보수단체 회원, 무당파인 이들은 의료보험 개혁 반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시위대였다. 워싱턴이 격앙된 반오바마 구호에 파묻혀 있는 동안 오바마는 미네소타주에 모인 1만5000명의 군중 앞에서 의보개혁 관철 의지를 재확인해 박수를 받았다.
여름 내내 미국을 양분시켰던 진보, 보수간 의료보험 개혁 논쟁이 9일 오바마의 상·하원 합동연설 이후 다시 거세게 불붙고 있다. 워싱턴과 미네소타에서 동시에 진행된 시위와 연설은 의보 논쟁이 갈라놓은 미국의 양극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시위대는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따라 가두행진을 벌인 뒤 오바마가 8개월 전 취임선서를 한 의회의사당 주변을 둘러싼 채 의보개혁 반대 구호를 외쳤다. 재정적자, 총기규제 등 집회 이슈는 광범위했지만 시위대가 공유한 정서는 ‘큰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톰 프라이스 공화당 의원은 “과식으로 터질듯한 정부를 먹이기 위해 내 아이와 손자의 돈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오바마를 케네디(최근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와 함께 땅에 묻자’ ‘사회주의를 원하면 러시아로 가라’ ‘오바마케어는 역겹다’ ‘오바마 빈 라잉(9·11 테러 주역 오사마 빈 라덴에 빗대 오바마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뜻)’ 같은 구호를 외쳤다. 또 오바마를 아돌프 히틀러와 조커(영화 ‘배트맨’의 악당 캐릭터)로 패러디한 사진도 곳곳에 등장했다. 집회 참가를 위해 텍사스주에서 20시간이나 자동차를 운전해왔다는 코니 캐슬턴(52)은 “지금 상황에 분노하는 사람이 (여기 모인 이들보다)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집회는 티파티익스프레스, 프리덤웍스 등 공화당이 후원하는 보수단체들이 조직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시위를 “극우주의자들의 개혁 방해시도”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시위이자 의보개혁 반대 운동의 정점”이라며 “시위 규모에 당국이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시간 오바마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센터에서 대규모 연설을 갖고 의보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이번만은 안된다”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똑같은 정치술수를 사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무부 통계를 인용해 “향후 10년 이내에 65세 이하 미국인의 절반이 의료보험을 잃을 수 있다”며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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