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되면서 조타실 안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되고 근무 중이던 후임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져 있었다.
순간 전쟁이 났다고 생각한 최 병장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작은 비상용 칼을 끄집어냈다.
선임병인 그는 항상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이 칼을 휴대하고 있었다. 구명조끼는 곳곳에 비치돼 있어 착용이 가능하지만 CO2조끼(물에 닿으면 자동으로 부풀어 오르는 조끼)는 칼로 끈을 풀어야 착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기울어진 초계함 갑판 쪽으로 올라갔다. 갑판 위에 먼저 올라가 있던 2명의 사병들과 함께 호루라기를 마구 불어댔다.
그때 어딘가에서 “함장이 갇혀 있다”는 고함소리가 들렸고 그는 다른 사병들과 함장실로 간신히 다가가서 도끼로 문을 부수고 함장을 갑판 위로 끌어 올렸다.
그는 이어 최원일 함장과 함께 조명탄을 터뜨리며 선실 내에 갇혀 있던 사병들을 구하기 시작했지만 함정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순간 함정으로 다가오는 해군 배(참수리호로 추정)가 눈에 띄었지만 그 배가 큰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에 초계함이 심하게 흔들렸고 가라앉는 속도가 빨라지는 듯했다.
그는 다가오는 배를 향해 “접근하지 말라”고 고함을 치며 손짓을 했지만 배가 계속 다가와 함정은 자꾸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함수 부분에 있던 최 병장과 사병들은 함장과 함께 갇혀 있는 사병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였다. 힘이 빠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마침내 함수 부분에 대피해 있던 사병들을 전원 대피시킨 그는 최 함장과 함께 마지막으로 해경구조선으로 옮겨 탔다.
최 병장은 당시 이 같은 상황을 27, 28일 해군 2함대사령부와 국군수도병원에서 만난 아버지 최종복(58·경북 경주시 불국중학교 교사)씨에게 말했다.
1남2녀 외아들인 최 병장은 2008년 5월 경북대 중문학과 2학년을 마치고 입대했으며 함정이 침몰되는 과정에서 목과 허리, 무릎을 다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