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B(26·여)씨 역시 최근 본 중소기업 면접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면접장에 들어선 B씨에게 대뜸 “중국인처럼 생겼다”고 말한 사장이 면접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질문 없이 계속 “중국인 같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 이에 B씨는 사장에게 “어떤 면이 중국인 같죠?”라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냥 조선족 같아. 머리가 촌스럽네”라고 말하는 사장을 보며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면접장을 나온 B씨는 “취업이 궁했기에 꾹 참았지만 면접자를 비하하는 것 같아 경찰에라도 신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다시는 중소기업 면접은 보지 않겠다.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하련다”고 말했다.
하반기 공채시즌을 맞아 이달 들어 기업들의 면접전형이 한창이다. 최근 취업난과 스펙인플레 등의 영향으로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으로도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 중소기업에 원서를 내는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 전형에서는 떨어졌지만 “작아도 내실 있는 기업에서 기본부터 배우겠다”는 건설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그러나 중소기업 면접에서 지원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는 면접관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황당면접기’는 회원수 80만과 120만에 이르는 다음카페 ‘닥취고 취업’ ‘취업뽀개기’ 등에서 회자되면서 취업자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들을 더욱 악화하고, 대기업 선호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황당면접기를 접한 20대 중반 취업자들의 반응은 “이러니까 중소기업이지” “별 그지 같은 회사들 많네” “이러니까 누가 중소기업 가고 싶겠나요?” 등이 대부분이다.
면접관들 개인의 인격문제도 무시하기 어렵지만, 중소기업에서 이뤄지는 면접이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은 인사팀을 전문적으로 갖추고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 교육을 확실히 실시해 면접을 진행하는 반면, 비교적 제대로 된 인사팀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체계 없이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지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에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인사 관리’ 부분이다. 기술개발을 하는 직원이 인사 업무 등을 겸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인사전문가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막장면접을 하는 일부 중소기업들 때문에 ‘중소기업’이라는 이름하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폄훼돼지 않도록 인사전문가를 키우거나 공통의 매뉴얼 보급을 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전문가인 김준성 연세대학교 생활관 차장은 “최근 전반적으로 몰아붙이기식의 압박면접, 막장면접이 유행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지원자들은 ‘정공법’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 주눅들기보다 오히려 반론을 제기하며 진지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