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성과 고리 원전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23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한반도 지진과 원자력 안전’ 주제 포럼에서 “한반도의 지체 구조나 역사적 지진 기록 등으로 미뤄 규모 6.5 이상 지진이 가능하지만 7.0 이상 지진 발생 확률은 낮다”고 밝혔다.
지 박사에 따르면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중국 탄루 단층대와 여러 판 경계가 겹쳐 있는 일본 열도 사이에 놓여있다. 한반도 좌우의 이 두 지역은 매우 취약한 지질구조로 이번 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강진이 빈발하는 곳이다. 한반도는 현재 인도양판이 유라시아판을 미는 힘과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필리핀판 등을 미는 힘을 동서 방향에서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약한 중국 탄루 단층대와 일본 열도의 지각에서 지진 등의 형태로 먼저 에너지가 분출되면서, 한반도는 힘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축적될 여지가 적고 강진 가능성이 작아진다.
하지만 과거 역사적 기록을 보면 한반도 강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원전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월성이 가장 위험하고 그 다음이 고리”라고 말했다. 영광과 울진은 지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지 박사는 덧붙였다. 삼국유사와 고려사, 승정원일기 등 문헌에 따르면 삼국시대(AD2∼936) 107건, 고려시대(936∼1393) 193건, 조선시대(1393∼1905)에 1000건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고려사에는 1024년(고려 현종 15년) 지진에 의해 경주 불국사 석가탑과 담장 일부가 붕괴된 데 이어 1038년(고려 정종 4년) 보수 중이던 석가탑이 지진에 의해 또다시 무너지고 불국사 경내 다리(청운교, 백운교 중 하나)도 붕괴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경주 동쪽에 강진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지 박사는 “매우 안정적 구조의 석가탑이 붕괴될 정도면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었을 것”이라며 “월성 원전이 위치해 있는 경주 지역에는 많은 활성 단층도 존재하기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승정원일기는 1643년 7월 24∼25일(인조 21년) 울산 동쪽 바다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땅에 구멍이 났고 이후 물이 솟아 높이 모래가 쌓인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지 박사는 “이는 지진 해일까지 동반된 것을 묘사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이 정도 현상이 발생했다면 이는 진도 8에 해당된다고 본다. 다른 연구자들도 규모 7∼9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 박사는 과거 일본 및 중국 강진시, 1∼10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발생했다는 가설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은 추가령·옥천·양산 단층 부근이 지목됐다.
한편,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는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서북 연안에 역단층(대규모 지진과 지진해일 동반하는 지층)이 분포하고 있어 7.0이상 지진이 수년, 수십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며 “이 단층에서는 8.0∼9.0 이상 지진도 가능한 만큼 우리나라 원전 설계 시 예상 쓰나미 높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양희 한국지진공학회장(인천대 교수)도 후쿠시마 원전 설계 시 고려한 강도가 0.4g(지반가속도)인데 비해 실제로 받은 힘은 5배가 넘고, 쓰나미 높이도 설계 높이의 3배에 달한 사실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원전도 내진 설계 기준(지반가속도 0.2g, 규모 6.5) 사고만 가정하고 안전하다고 만족하지 말고, 이번 일본 지진을 계기로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