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위험한 옷, 한약은 위험한 약?

한복은 위험한 옷, 한약은 위험한 약?

기사승인 2011-04-19 16:53:00

[쿠키 건강] 얼마 전 한 유명 호텔식당에서, 한복을 입고 식당에 들어가려던 한복 디자이너의 입장을 막아서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결국 그 디자이너는 식당측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해 식사를 못했고,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자, 호텔 측에서는 뒤늦게 정중한 사과를 했다고 한다. 물론 직원의 실수로 인해 생긴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일은, 이러한 내부 지침이 호텔 차원에서 내려졌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이에서, 정말 소중한 우리 것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고 평가절하 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일만 해도, 오히려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복에 대해, 정작 한복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우리 것이 또 있으니 바로 한의약이다. 바야흐로 지금 외국에서는 한계에 부딪힌 서양의학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한의약에 러브콜을 하고 막대한 연구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침의 효능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 화학약품 대신에 환경 친화적인 천연 한약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전 군에 걸쳐 침 시술이 지침으로 내려졌으며, 할리우드 스타들은 비싼 돈을 들여가며 천연물 한약을 찾을 정도다.

하지만 한의약의 종주국인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 종주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전체 보험청구액 중에서 한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4%에도 못미친다. 23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한방 보험약 수가로 인해, 한방보험약 제조회사들은 경영위기에 처해있다.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보니, 일본의 쯔무라제약이라는 회사 하나가 전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3%를 차지하는 것을 부러워만하며 구경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잘못된 제도와 정책으로 인해 한의사가 우수한 처방으로 이를 제품화(천연물 신약 개발)시킨다고 해도, 한의사는 그 천연물 신약에 대한 처방권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적극적인 연구를 하기 위한 동기가 부여될 리 없다. 또한 우수한 효능의 근거 데이터를 만들려고 해도, 현대적 진단기기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이 한의사에게는 없다. 식품과 한약의 정확한 구분도 없어,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안전한 규격한약이 온갖 누명을 다 뒤집어쓰고 있다. 거기에 한약이 특정 장기나 질환에 나쁘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도, 온갖 매체에 흘러넘친다. 심지어 무면허 돌팔이업자들까지도 한몫을 거든다. 모 불법단체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침사?구사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획책까지도 서슴지 않고있다. 정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의약이 우리 자신들로 인해
너무도 많이 시달리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은 헌법에 ‘중의학을 발전시켜야한다’라고 명시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 들을 다 활용한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중의약은 세계 전통의약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미 세계전통의약시장은 IT시장을 훨씬 넘어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황금시장을 우리는 그냥 보고만 있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인 ‘한의약’이라는 무기를 가지고도, 제대로 이용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한복 입장을 막은 이유가 위험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의약을 이렇게 푸대접하고 평가절하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2009년 우리 한의약의 보고(寶庫)인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쾌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국내에서는 일부 단체에서 그 가치를 깎아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실제로 그 뛰어남은, 외국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이 것이 한의약에 대해, 국민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동민(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정리=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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