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기업의 기술평가를 하기 위해 나온 기보 현장실사팀은 최종 학력을 물었고 박씨는 “고졸”이라고 답했다. 기보 관계자는 “기술평가 점수는 석·박사가 유리하고 고졸 출신은 사실상 점수를 받기 힘들다”며 “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사팀은 직원들의 학력과 경력도 살펴본 뒤 평가 점수에 반영했고 결국 박씨는 대출 보증을 받지 못했다. 박씨는 “영업부, 마케팅부, 경리팀, 연구부 등 조직이 잘 갖춰진 회사가 평가 점수를 받기 유리하더라”며 “고졸자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대출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고졸 우대’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보는 학력을 중요한 대출 기준으로 삼아 고졸 경영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보의 기술평가시스템(KTRS) 평가 항목에는 ‘기술성’ ‘시장성’ ‘사업수익성’ 외에 ‘경영주 역량’이 포함돼 있다. 경영주 역량 항목의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경영주의 학력·경력, 자본참여도, 경영주와 경영진의 관계 등이 들어 있다.
기보 관계자는 9일 “KTRS는 4개의 큰 항목별로 배점이 나뉘는데 경영진 역량 부분의 배점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주의 학력·경력 부분에서 고졸 경영주가 최고 등급(A)을 받으려면 같은 업종에서 1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반면 박사 학위자는 동업종 경력이 1년만 있어도 A등급을 받고, 기술사 자격 소지자는 2년, 석사 학위자는 7년, 학사 학위자는 10년 경력이 필요하다.
벤처기업협회에서 지난해 11월 조사한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 기업 경영자의 54.2%가 경영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이나 운용’을 꼽았다. 벤처 기업 경영자들은 ‘자금 조달’이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기보는 경영자가 고졸이란 이유로 대출 기회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기보 관계자는 “사업 경영자 상당수가 고졸 출신이라 특별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순히 연수로만 따져도 ‘박사학위 취득 후 1년’은 ‘고졸 후 13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KTRS 평가 점수는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정부 등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때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