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개를 도축하는 도견장에서 돼지, 염소뿐 아니라 고양이, 족제비 등 동물을 마구잡이로 도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29일 도축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시설에서 돼지와 염소 등을 도살해 음식점, 건강원 등지로 유통시킨 혐의로 A씨(60)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청과 도내 자치단체가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부정·불량식품 합동단속과정에서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춘천의 모 도견장을 운영중인 A씨는 2000년부터 최근까지 위생, 소독시설을 갖추지 않은 간이시설에서 전기도구와 탈수기, 세척기, 칼 등을 이용해 1000여 마리의 염소를 밀도축 해 음식점에 유통시킨 혐의다.
또 B씨(56)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춘천의 도견장에서 농장주, 음식점, 건강원 등지로부터 염소 밀도축을 의뢰받아 700여 마리를 무허가 도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도견장에서 개 이외에 다른 동물을 도축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음식점, 건강원 등지로부터 요청을 받아 염소 등을 불법 도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씨(64)가 춘천에서 운영 중인 도견장에서는 염소는 물론 돼지까지 무작위로 밀도축 한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염소 도축 과정에서 개와 염소 등 동물들의 내장과 배설물이 가득 차 있는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도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주의 한 도견장에서는 고양이와 족제비 등 야생동물까지 도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부정 불량식품 집중단속으로 검거된 인원은 모두 27명으로 이들이 5000마리가 넘는 염소와 돼지 등을 불법 도축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염소 전문 도축시설이 도내에는
없어 불법 도축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662개 농가가 1만4275마리의 염소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해 도축된 염소는 약 9000마리로 이 가운데 7644마리(85%)가 도견장에서 밀도축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염소 밀도축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강원도내 염소 전문 도축장이 없는데다 허가받은 도축장 4곳은 염소 도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내 건강원과 염소 취급 음식점 관계자들은 “도내에는 염소 전문 도축장이 없어 도축장이 있는 충북 충주까지 가서 도축을 하려면 시간·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현실적인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단속은 건강원과 염소음식점, 개고기 음식점 등 800개 업체의 매출감소와 줄 도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염소를 도축할 수 있는 도축장을 늘려 갈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단속 뿐 아니라 불법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는 치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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