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60세 신풍속도] 임원은 계약직인걸! 난 머리 염색하고 정년 채울래~~

[정년60세 신풍속도] 임원은 계약직인걸! 난 머리 염색하고 정년 채울래~~

기사승인 2013-05-07 14:27:01
[쿠키 경제] 정년 60세 법제화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샐러리맨들의 직장생활 풍속도도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정년 60세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이지만 각 기업에서는 벌써부터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여러 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6일 “정년 60세 의무화가 한국 사회와 기업에 미칠 영향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크다”면서 “연공서열이 확실한 한국의 기업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 정년은 55∼60세=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샐러리맨들은 최장 5년 더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무직의 정년은 대부분 55세다.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의 화학업종 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삼성BP화학·삼성토탈 등은 정년이 57세고, 삼성의료원과 삼성중공업, 삼성정밀화학 등은 58세다.

SK그룹 역시 17개 계열사 중 10개사는 정년이 60세다. 나머지 7개 회사 중 SK텔레콤·SKC·SK해운·SK증권 등 4개사는 정년이 58세다. SK건설이 정년 55세로 정년이 가장 짧고 SK케미칼이 정년 56세, SK하이닉스가 정년 57세다.

LG그룹에서는 LG실트론이 정년 60세로 가장 길다.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 등 대부분 계열사는 정년이 58세다. 정년 55세인 계열사는 LG CNS와 LG상사다.

◇정년 다 채우는 게 임원 되는 것보다 나을 수도=정년이 법제화되지 않았던 상황에서는 생산직을 제외한 사무직의 경우 정해진 정년보다 조금 일찍 퇴사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졌다. 특히 부장이나 팀장 임기를 충분히 채우고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인사부서에서 사직을 은연중 요구하거나 스스로 부담을 느껴 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년 60세 의무화는 이 같은 퇴직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정년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사직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던 행위는 기업 내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원을 포기하는 직장인들이 늘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임원은 샐러리맨들의 꿈이었다. 임원이 되면 높은 연봉과 차량, 별도의 사무공간, 한도가 높은 법인카드 등이 주어졌다. 그러나 한 대기업 부장은 “사실상 계약직 신분인 임원을 몇 년하고 50대 초중반에 직장을 그만두느니 60세 정년을 다 채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후배 관리자 밑에서 일하는 선배 직원들의 모습도 보편화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50) 부장은 “60세까지 일하려면 좀 더 젊어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안 하던 염색을 시작할까 한다”면서 “아무리 정년 60세가 법제화됐다고 하더라도 후배들이 ‘자리만 차고 있는 선배’라고 뒤에서 말하지 않을까 솔직히 겁도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고령 직원들을 기피 부서나 한직에 발령을 냄으로써 자연 퇴사를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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