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항공기 폭발·추락 사고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는 짧게는 6∼12개월, 길게는 3∼5년이 걸린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미제 사건도 많기 때문이다.
조종사 실수와 기체 결함 등이 사고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다.
조종사가 숨졌을 경우, 거대 자본을 가진 비행기 생산업체들이 기체 결함을 숨기기 위해 조종사 과실로 몰아 부치기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해독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흔치 않다고 반박했다.
1993년 7월 26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 운거산에 추락해 66명의 목숨을 앗아 간 아시아나항공 보잉 737-500 여객기 사고는 조종사 과실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같은해 9월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발표한 조사결과, 여객기 사고는 조종사가 3차에 걸친 착륙시도 중 규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낮은 고도를 선택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가 규정 고도보다 낮게 비행하다가 육안으로 산을 확인하고 급상승하던 중 산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보잉 747-300 여객기가 괌 공항 착륙 중 야산으로 추락해 225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년 동안의 조사 끝에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악천후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믿은 조종사 실수, 안전장치의 오작동, 관제시설 관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라고 최종 결론냈다.
당시 괌에는 태풍이 불어 시계가 좋지 않았으나 조종사는 유도장치의 오작동을 정상적인 신호로 판단, 하강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7월 28일 제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 화물기 사고는 조종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은 미스테리다.
사고조사위원회가 블랙박스에 장착돼 있는 메모리칩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사고를 조사해 온 위원회는 기체 뒷부분 화물칸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물기가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 화재 발생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