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장면 하나. 미국 사는 고소미씨를 울리는 오픈마켓 해외 배송비
미국에 사는 고소미씨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과자입니다. 미국 과자는 너무 짜거나 달아서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군요. 과자하면 적당히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감칠맛이 도는 한국 과자가 최고지요. 처음 미국에 가고 나서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한국 과자를 공수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국의 오픈마켓이 속속 전 세계 배송 서비스를 오픈했고 지금까지 줄곧 오픈마켓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젯밤 마지막 깡과자를 다 먹어 치운 소미씨는 바로 오픈마켓에 접속해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과자를 양껏 담고 결제하려고 보니 과자값은 10만원 남짓이었는데 미국까지 예상 배송료가 30만원이라고 나오는 겁니다.
눈을 의심했던 소미씨는 장바구니를 모두 비우고 쫀득쫀득 과일맛 카랴멜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아봤습니다. 그런데도 예상 무게 10.67㎏, 배송료는 자그마치 9만원!!
소미씨는 “예상 배송료까지 모두 선결제 해야 배송이 시작된다는데, 실 무게 측정 후 차액은 돌려준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어차피 외국에 산다고 무시하나요?”라고 하소연하더군요.
#장면 둘. 일본 사는 김선희씨도 우네요. 배송료 때문에
일본에 사는 주부 김선희씨는 아이에게 한국 분유를 먹입니다. 사는 곳은 후쿠시마와 한참 떨어져 있지만 식품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분유를 잔뜩 사왔는데 아이 식성이 메가쓰나미급이라서 곧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분유를 사려고 한국 오픈마켓의 해외 배송 서비스에 접속했던 선희씨는 고소미씨와 마찬가지로 예상 배송료를 보고 좌절했습니다. 800g짜리 분유 한 통에 예상 무게가 5㎏, 일본까지 예상 배송료는 2만원이었습니다.
결국 검색 끝에 적절한 예상 무게와 예상 배송료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냈고 배송 주문을 완료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김선희 씨도 푸념했습니다.
“실제 배송 무게를 측정한 다음에 배송료가 적어지면 차액을 환불해 준대요. 하지만 신용카드 부분 취소가 아니고 현금으로 돌려준다니, 배송료 20만원 신용카드로 긁고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왠지 카드깡하는 기분일 것 같아요.”
앞 뒤가 안 맞는 오픈마켓 해외 배송료
국내 오픈마켓의 해외 배송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직접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되고 배송 요금도 우체국 EMS보다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이들의 부담이 줄었고 특히 지인들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골라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역시 배송료가 문제입니다. 보통 오픈마켓의 해외 배송 서비스는 무게와 거리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상품별 예상 무게와 예상 배송료가 턱 없이 많이 부과되는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상 무게와 실제 상품 무게가 다르면 배송료를 더 받기도 하고 이미 받은 요금을 돌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상품의 예상 배송료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몇 시간에 걸쳐 기껏 장바구니를 채웠는데 예상 배송료가 지나치게 높으면 김이 확 빠지지요. 다시 상품을 검색해서 장바구니 채우는 것도 일이고요.
예상 배송료가 너무 적게 책정돼도 문제예요. 추가 배송료를 지불해야만 외국으로 배송이 출발하는데, 추가 배송료가 발생했다는 안내를 이메일과 쪽지로만 하다보니 제때 확인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아이 놀이방 매트 사는 김에 자그마한 아기용품을 같이 주문했는데 놀이방 매트는 품절이어서 자동 환불되고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았던 자질구레한 아기용품만 무려 5만원의 배송료를 내고 받으신 분도 계시지 뭐예요.
또 배송료 책정 구간이 500g 단위라는 것도 짚어봐야 할 문제예요. 500g에서 1g만 초과돼도 나머지 499g의 배송료마저 지불해야 한다니 그것도 좀 부담입니다. 우리가 우체국에서 EMS를 보낸다고 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지거든요. 직접 무게를 재보고 20g 초과면 뾱뾱이 비닐 한 장 빼면 그만이지만, 어디 업체에서도 내 물건처럼 그렇게 해주나요? 봐서 포장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 거면 적당히 줄여줘도 될 것을요.
이 이야기를 접하고 보니 떠오른 장면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미국 사이트에서 종종 건강식품과 미용용품, 세제 등을 구입합니다. 이 곳 역시 예상 무게가 배송료 책정 기준이지요. 대용량의 건강식품과 미용용품, 세제는 워낙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지금껏 당연하게 비교적 높은 배송료를 지불해왔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배송료 반값 할인을 할 때에 맞춰 구입하는 방법으로 배송료를 절약해왔지요.
그러다가 조카에게 줄 간식을 구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우습습니다. 여기도 아기 과자 한 봉지에 상당히 높은 배송료를 책정해 놨더라고요. 짧은 영어로 항의 메일을 보냈더니 ‘해당 제품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여러 개 구입할 경우 상자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럼 많이 아니고 한 상자 살 때는 할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심지어 이 사이트는 실제 무게 대비 배송료를 추가 혹은 환불해주는 서비스도 없단 말이에요!!!!
“그럼 안 사면 되잖아요” 오픈마켓 관계자의 패기
이 생각을 하니 뿔이 나서 당장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오픈마켓에 전화했습니다. 아래는 관계자와 직접 통화한 내용입니다.
하드윤미 - 저기요, 해외 배송료가 캬라멜 하나에 9만원, 분유 한 캔에 2만원은 너무하는 것 아닌가요? 배송료 이렇게 책정한 업체들 혼내주세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고객님, 그럼 안 사시면 그만 아닌가요?
하드윤미 - 네?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이모씨는 정말로 저렇게 말했고, 저는 그의 패기에 놀랐습니다!)
이모씨(업체 관계자) - 아, 그럼 제가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며칠 뒤
이모씨(업체 관계자) - 고객님, 저희 사이트의 해외 배송료는 각 업체가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 쇼핑몰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계산되고 있습니다.
하드윤미 - 그럼, 그 기준이 뭔가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고객님들께서 주문을 하시면 물류창고에서 해당 제품 무게를 매번 측정하고 3개월에 한번씩 통계를 냅니다. 그 평균치를 가지고 해당 제품의 평균 무게를 입력하게 됩니다.
하드윤미 - 헉, 그럼 쫀득쫀득 과일 캬라멜을 구입하시는 분들은 한번에 10㎏씩 구매를 하신다는 말씀이세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하드윤미 - 그럼 10개를 사도 10㎏이 안되니까 배송료가 똑같이 9만원이어야 하는데, 10개를 사면 90만원이 나오잖아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그 부분은 해외 배송 서비스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주시면 프로그램 상에서 조정을 해드립니다.
하드윤미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떻게 매번 전화를 하나요? 외국에 계신 분들은 시차 문제도 있잖아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네, 해당 부분은 저희 업체에서도 문제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본사 내에 해외 배송 담당 부서에서 태스크포스가 구성되어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드윤미 - 무게 책정 기준 구간이 500g 단위인 것도 조절될 계획인가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그 기준은 우체국 EMS와 동일한 조건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드윤미 - 하지만 우체국에선 뽁뽁이 비닐 하나 빼고 포장 줄이면 무게 맞출 수 있단 말이예요. 거기선 그렇게 안 해주잖아요.
이모씨(업체 관계자) - 구성된 태스크포스 쪽에 전달해서 무게 기준 부분도 검토하겠습니다.
하드윤미 - 선진화된 시스템도 좋지만 진짜 고객들이 바라는 건, 박스 닫기 전에 무게 측정해 보고 뽁뽁이 비닐 한 장 빼주는 그 노력과 정성이라구요. 10g의 차이가 명품을 만드는 거라구욧!!!!!
이렇게 반영될 지 안 될지 모르는 의견들을 따발총처럼 쏟아내고 나서야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검색해보니 해당 과자와 분유의 예상 무게와 예상 배송료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이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쇼핑을 하다가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서 이모씨에게 따질 거예요.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김윤미 pooop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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