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27일 열린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세미나를 통해 이같은 연구결과와 함께 의료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공단은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에 의뢰해 1992∼1995년 건강검진을 받은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등 약 130만명에 대해 2011년 12월까지 19년간 질병 발생을 추적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 역학 연구다.
19년간 추적 조사 기간 중 암 14만6835명, 심장·뇌혈관질환 18만2013명이 발생했는데,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눠 질병 발생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 흡연자는 비흡자에 비해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6.5배, 폐암 4.6배, 식도암 3.6배, 허혈성심질환 2.2배, 방광암 1.9배, 뇌졸중 1.8배, 췌장암 1.7배, 당뇨병 1.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흡연자는 후두암 위험이 5.5배, 췌장암 3.6배, 결장암 2.9배, 폐암 2.0배, 방광암 2.1배, 자궁암 1.7배, 뇌졸중 1.7배, 허혈성심질환 1.5배 더 높았다.
또 흡연이 질병 발생에 기여하는 위험도는 남성의경우 후두암의 79%, 폐암의 71.7%, 식도암의 63.9%, 허혈성심질환의 45%, 방광암 38.6%, 뇌졸중 35.3%, 췌장암 32.3%, 당뇨병 25.4%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 흡연자 15만7903명을 대상으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금연력을 파악해 금연 기간에 따른 질병 발생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6년 이상 금연자의 경우 계속 흡연자에 비해 추적기간 동안 폐암 발생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11년 기준 1조 6914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1년 전체 건보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흡연으로 인한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질환, 당뇨병, 폐암, 고혈압 등 5개 질병 발생에 든 진료비가 1조원 이상을 차지했다.
지선하 교수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20∼30년 장기간 걸쳐 보이는 현상으로 과거 1980∼1990년대 높은 흡연율로 인한 영향은 앞으로 보다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흡연으로 인해 증가한 의료비는 결국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되므로 모든 건보가입자가 담배로 인한 추가 보험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면서 “진료비 피해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소송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이 실제로 이뤄지면 이는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첫 사례가 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주정부의 담배소송 사례를 볼 때 최종 소송가는 조단위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자나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제기한 담배 소송이 현재 대법원과 고등법원에 2건 진행되고 있지만 무두 1, 2심에서 원고 패소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경우 이번 연구결과처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담배의 위해성 등을 입증할 경우 차원이 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